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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심지로 몰려드는 렌터카, 분산책은 없는가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2.22 22:50:07

제주도만의 내비게이션 알고리즘 개발해야

차량증가로 인한 교통체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제주도정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 640억원이 투입되는 대중교통체제 전면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12월 31일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차량대수는 46만7천여대, 이 중 역외 세입차량(등록을 제주도에서 하고 운행은 도외에서 하는 영업영 차량 등) 11만5천대를 제외한 35만대가 실질적으로 도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숫자다.


이는 제주도 전체 인구 66만명 대비 1인당 차량 보유수 0.532대(전국 평균 0.422), 세대당 차량 보유수 1.317대(전국 평균 1.025)로 두 수치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인구에 비해 운행되는 차량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 출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시내 주요도로는 항상 차량으로 가득하다


제주도정에서는 이러한 차량 증가 억제의 방법을 대중교통의 활성화로 잡고 있다. 즉, 대중교통체제 개편을 통해 도민들이 자차보다는 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의 성공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으나, 이에 못지 않은 중요한 교통정체 원인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는 듯하다. 차량대수의 절대적 감소만큼 중요한 차량의 효율적인 분산,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등록대수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늘려야 하는 입장인 렌터카에 대한 대책이다.


▲ 렌터카의 증가는 관광산업의 성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도내에 등록된 렌터카의 업체수가 100개를 돌파했으며, 이들 업체를 통해 등록된 렌터카가 3만대를 넘어섰다. 도내 등록된 차량 중 10%에 가까운 수치다.


실제 제주도심, 특히 서귀포나 애월방향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제주공항-노형오거리-평화로 진입부까지의 도로, 그리고 동쪽 관광지로 이동하는 도로인 연삼로와 관덕로, 동문로 등의 구도심 도로는 일년 내내 렌터카로 가득하다.


3만대라는 절대적인 숫자도 문제지만 제주도 내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가 운전경험이 부족하고 순간대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대 여성 운전자임을 감안하면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도심지 교통체증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 운전미숙과 익숙하지 않은 지형으로 렌터카 관련 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도시의 특성상 렌터카의 증가는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주도에서 렌터카의 숫자를 억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 셈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렌터카의 흐름을 분산시켜 교통흐름을 최대한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해결의 열쇠다.


실제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운행하는 운전자의 상당수가 제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들이 관광지나 숙소로 이동하는 루트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렌터카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재 도내 렌터카에서 사용중인 일반적인 내비게이션들


인터넷 포털의 제주도 여행 관련 카페 등을 살펴보면 제주도 여행객 중 상당수가 제주 도심지의 교통체증을 경험했으나 이를 우회할 도로를 몰라 불편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며, 그 외 아름다운 제주 해안도로를 경험하고 싶어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지 않아 불편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현재 도내 렌터카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의 알고리즘에서 기인한다.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렌터카 내비게이션에는 실시간 네트워크를 통한 빠른 길 찾기 기능이 없다. 즉, 제주공항에서 렌트 후 서귀포나 애월, 함덕, 한라산 등 관광지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예외 없이 도심지 도로로 안내한다.


제주공항에서 에코랜드 관광지로 이동하는 경우를 예로 살펴보자.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면 교통체증 여부와 상관없이 도민들의 출퇴근 차량으로 가득 찬 연삼로나 연북로를 거치도록 안내한다. 애조로라는 훌륭한 우회도로가 있음에도 이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은 없는 상황이다.


▲ 출퇴근 시간 제주공항에서 에코랜드로 향하는 이상적인 루트(위)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루트(아래)


효율적인 도로의 이용 측면 외에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현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코스 중 하나인 각 해안도로를 내비게이션이 전혀 안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조천에서 함덕서우봉까지 아름다운 해안선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는 조함해안로의 경우 1년 내내 이용하는 차량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지 않으면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해있는데 내비게이션은 일주동로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광객이 해안도로를 달리려면 직접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시작점을 알아내야 하고, 해안도로 운행중에도 끊임없이 일반 도로로 돌려보내려는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안내문구를 무시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내비게이션의 안내 문구를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차지하더라도 눈 앞에 보이는 해안도로 절경을 감상하는데 내비게이션이 오히려 방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 함덕서우봉이라는 관광명소로 이어짐에도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조함해안로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민간업체 차원에서의 시도는 종종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관광용 내비게이션 개발 업체의 경우 제주도의 아름다운 도로와 관광지, 해안도로 등을 거쳐가도록 알고리즘을 개발, 이를 자사 제품에 적용했으나 뜻하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문제점이란 저조한 이용률이었다. 해당 업체에서는 내비게이션의 기본 길안내 모드는 기존과 동일하게 설정하되, 아름다운 길 위주로 이동하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실제 이를 선택하는 이용자가 적었던 것이다. 설상가상 해당 업체는 얼마 전 ‘경로 안내 시 자사 가맹점을 경유하도록 유도했다’는 내용이 TV방송을 통해 보도되며 홍역을 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경로 안내에 별도의 경유지 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 경유지의 상업적 의도로 설정했다는 TV방송에 대한 해당 업체의 반박문


이처럼 민간 차원에서의 접근은 비용과 인력, 관리에 대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경로 설정에 대한 논란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 경로에 대한 설정 변경이 자칫 상업적 의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형업체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다. 내비게이션에 추천 여행코스와 맛집, 관광지, 지명 등의 정보 안내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련 정보들은 말하자면 넓게 뿌려진 ‘점’과도 같아서 사용자들에게 단순 정보만 전달할 뿐 이들 ‘점’을 연결할 ‘선’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렌터카 내비게이션의 길 탐색 알고리즘을 개선해 도민들의 출퇴근 도로와 맞물리지 않으면서도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을 보여줄 수 있는 루트를 선별, 관광객들이 렌터카로 이동 시 반강제적으로 이들 우회도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렌터카 업체와 협의해 이를 도내 전 렌터카에 기본 설정으로 의무 적용시켜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이를 원치 않는, 최단 루트로 이동하고 싶은 운전자를 위해 기존 최단 루트 알고리즘은 그대로 두되, 직접 선택할 때만 이용 가능하도록 하면 된다.


관련 인프라는 모두 마련되어 있다. 관광공사와 민간기업 등 도내 관광지와 도로, 추천 명소 등에 대한 DB는 차고 넘친다. 현재 보급되어 있는 네비게이션 업체 측에 알고리즘 변경을 통한 제주도 전용 S/W 적용을 의뢰하거나, 아예 도내 IT기업 육성, 혹은 청년창업 정책 등과 연계해 오픈 소스를 이용한 제주도 전용 내비게이션을 출시하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


▲ 제주도에서 출시한 전기차충전소 앱. 이 앱과 내비를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만하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적용이 가능하면서도 렌터카 우회를 통한 교통체증 개선, 그리고 도에서 가꿔놓은 아름다운 도로를 여행자들이 놓치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 관광객들로 인한 재정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던 ‘환경분담개선금’ 등의 직접적인 과세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관광객들이 우회도로를 이용해주는 것만으로도 제주교통환경개선에 많은 도움이 됨을 홍보하면 관련 업계와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 올레길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래서 널리 알리고 싶은 제주의 도로들


이처럼 대중교통체제 개편과 함께 도내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 도정의 적극적인 검토와 움직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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