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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드 사태 2개월째, 제주 관광산업은 - 2. 체질 개선 어떻게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전세버스가 길을 막으며 교통체증을 일으킬 정도로 북적이던 제주시내 한 화장품 매장이 문을 걸어 잠갔다. 버스가 늘 7~8대 주차하던 주차장에는 지금은 주차금지 표지판과 함께 쇠줄이 걸려있다.

 

이 매점 객장의 판매직원중 2/3가량은 중국인 여성들인데, 지금은 상황이 호전되기만 기다리는 사실상 실업자 상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사후 면세점의 현재 모습이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여행업체·면세점·관광숙박시설·전세버스업계·식당 등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여했다 치더라도 무엇보다 그 효과가 제주도민 전체에게 얼마나 파급됐는지, 중국 여행사와 면세점 등 일부만 떼돈을 벌었던 것 아닌지 회의적인 시각이 오래전부터 넘쳤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제주관광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소비 77%는 면세점에서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조사해 지난 3월에 발표한 관광객의 씀씀이를 보면, 2016년 기준 개별 관광객의 평균 지출 경비는 내국인이 482천원이고, 중국인은 항공권 구입비를 제외하고 1757천원이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소비의 상당 부분은 제주시 연동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진 데다가, 일부 지역 집중현상은 갈수록 심화됐다. 또 중국인 관광객 소비의 약 77%는 신라와 롯데 등 면세점이 차지했다. 면세점 소비를 제외하면 약 40만원뿐이라 내국인 관광객 지출보다 적었다.


 


매출이 지속 큰 폭으로 신장되던 제주시내 한 대형 마트는 지난 2015년 여름 메르스 사태로 한동안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을 때는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당시에도 지금처럼 내국인 관광객은 증가하면서 서귀포 상권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효과가 어디에 집중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 몇 년째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지는 용두암, 한라수목원, 성산일출봉, 민속자연사박물관 등 입장료가 없거나 저가인 곳에 집중됐다.

 

이와 같이 혜택은 일부 한정된 곳에 집중됐고, 또 대기업 면세점의 이익은 얼마나 제주도에 남아 제주경제에 기여하는지 의문인 데다가, 대다수 제주도민들에게는 불편을, 또 대다수 상인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이 머무는 숙박시설, 식사하는 식당, 방문하는 관광지, 그리고 이에 따른 소비는 제주도 전체에 골고루 퍼졌다. 지출의 상당 부분이 제주도 각지의 제주도민 손에 들어오고 있다.

 

인두세, 마이너스 투어피, 면세점 송객수수료

 

중국인 단체 관광객 증가에 따른 제주관광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방문지가 한정된 관광행태에서 보듯이, 저가관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마이너스 투어피와 과도한 면세점 송객수수료이다.

 

국내 여행사가 관광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관광경비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이익으로 남기는 게 아니라, 관광객을 모집해 보낸 중국 여행사에 관광객 수별로 수수료인 인두세를 지불한 데서 마이너스 투어피라는 명칭이 붙었다.

 

국내 여행사는 이 마이너스를 충당하기 위해 쇼핑수수료 또는 송객수수료를 주는 곳만 골라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그들대로 바가지를 쓰고, 여행지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 셈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제주도정은 올해 초 면세점 송객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광업계의 자정노력을 전개하는 한편,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런 쓸모없는 탁상공론이다. 자정노력을 하면 그렇게 하는 면세점에만 관광객이 끊기고, 여전히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면세점은 더 호황을 누리게 된다. 지난해 제주관광공사가 면세점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하자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들은 코웃음을 쳤다. 송객수수료 지급이 제한된 제주관광공사는 자신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관광진흥법과 관세법 등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제주도를 위해, 로비가 뛰어난(?) 대기업 편을 들지 않고 법률을 개정하기는 할런지, 언제 할런지 미지수다. 별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대책이라고 거론만 한 셈이다.

 

사드 사태가 해소되고,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처럼 물밀 듯 밀려오는 것으로, 또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제주관광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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