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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인터뷰>사드사태로 장애인 고용 악화될까 걱정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3.15 15:57:37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국내 지자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제주도 관광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메꾸며 전체 제주 방문객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중국인들이 주로 찾는 면세점과 중저가 숙박업소, 음식점 등은 타격을 받고 있으나, 내국인 관광객들을 타겟으로 하는 업종들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인이 사라지자 내국인 관광객이 오히려 늘고 있다. 월정리해안 카페에서 제주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얼핏 생각하면 서로 다른 업종 간 매출이 전이되는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 있다. 면세점과 숙박업소 등의 휴업과 폐업이 계속될 경우 여기에 고용된 내국인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인 장애인들의 걱정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당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관련 관광업소들의 휴업과 폐업이 이어지자 장애인 구직, 구인 건수 역시 평시 대비 50% 이하로 급감한 바 있다. 더더욱 문제인 것은 장애인의 경우 한 번 고용이 해지될 경우 재취업을 할 확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이다.


자칫 이번 사드 사태로 가뜩이나 취약한 장애인 고용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본지에서는 제주도 내 장애인고용정책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를 찾아 취업지원부 차정훈 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의 식구들


교통복지신문(이하 교통) : 안녕하세요, 먼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차정훈 부장(이하 차) : 저희 제주지사에서는 '섬'이라는 특징을 최대한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육지에 비해 기업의 숫자 등이 적긴 하지만 반대로 직접 장애인 구직자와 기업을 찾아다니며 활동을 진행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분들이 다수 거주하는 무지개마을 등 공동체와 마로원재활시설 등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업과 구직자를 연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교통 : 현재 도내 장애인 고용시장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차 :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도내 장애인으로 등록된 인원이 총 34,000명 정도인데 그 중 취업활동이 가능한 숫자는 15,0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인원 중 저희 공단에 구직자로 등록하고 활동하는 분들이 3,000명 내외입니다. 좀 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교통 : 장애인분들 중 구직활동 등록자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때문일까요?


차 :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홍보 부족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지사의 경우 제주도가 아닌 중앙정부의 예산을 받고, 그 지침에 따라 활동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도내에서 저희 활동을 알리는데 여러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 기업지원부와 취업지원부로 나뉘어 사업자와 구직자를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중이다


교통 : 구직활동을 하는 장애인분들의 경우 주로 어떤 업종에 취업이 되고 있는지요?


차 : 비장애인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제주도의 경우 관광도시이다보니 이와 관련된 숙박업 종사자가 가장 많습니다. 호텔 메이드나 세탁실 직원 등이 대표적이죠. 그 다음으로는 제주도만의 천연자원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음료 제조시설 등에도 취업이 많은 편입니다. 아, 제주도청과 시청 등에 행정도우미로 활동중인 분들도 100여명 가량 됩니다.


교통 : 숙박업 종사자분들의 경우 이번 사드 사태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겠군요. 대책은 없을까요?


차 : 네, 그 분들 중 상당수가 중국인 대상 업소에 취업한 경우가 많아 타격이 많을 것 같습니다. 중국인 대상 업소가 아닌 일반 내국인 대상 업소들, 예를 들어 카페나 맛집,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취업을 유도하고 싶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소규모 업체들이 많아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교통 : 사실 카페 바리스타 등에서 활동중인 장애인분들의 능력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오히려 집중력이 높다고 평가받기도 하는데 현실은 쉽지 않은가보군요.


차 : 네, 얼마 전 제주도청에 오픈한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 등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규모 자영업자분들이 장애인 고용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교통 : 행정도우미로 활동중인 분들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도 들려옵니다. 이 분야의 현실은 어떤가요?


차 : 네, 공무원 분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행정도우미로 활동중인 분들이 도내에 100여분 계십니다. 장점이라고 하면 노동의 강도가 약하고 민간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건데요. 그 외에는 단점도 많아 아쉽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워낙 단순 업무만 주어지다보니 경력으로 인정을 받기가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승진도 없고 경력인정도 안되다보니 성취욕도 떨어집니다.


교통 : 그렇다면 그분들의 취업에 사용되는 예산을 민간기업쪽으로 돌릴 수는 없을까요?


차 : 네, 그게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에 사용되는 예산은 보건복지부에서 배정되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예산을 민간기업 취업으로 전환해서 장애인분들이 더 큰 성취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교통 :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관심이 있거나 최종 결정을 고민하고 있는 사업주분들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 : 장애인 취업자 중 비교적 경증인 분들은 비장애인분들과 비교해 큰 차이 없는 업무효율을 보여줍니다. 집중력 면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나기도 하고요. 저희 공단에서는 최근 신화월드 등 대기업에 대한 취업지원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도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분들까지 1:1로 홍보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장애인 취업에 관심있는 분들은 언제든 저희 공단으로 문의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교통 :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가 위치한 건물 1층으로 내려오자 로비 한 측에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고 있는 '제주사회적경제기업'들의 생산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이 위치해있었다.


▲ 사회적기업들의 생산품을 전시하는 전시장



▲ 식품과 화장품, 공산품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에는 이들 사회적기업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식품과 공산품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이주민이 운영하는 인형카페 '하루야하루미'에서 생산중인 하루방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로 이주해 수작업 인형 공방과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 부부가 사업규모를 서서히 늘려 사회적기업으로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 인형카페 하루야하루미에서 생산한 돌하르방 인형


▲ 하루야하루미 인형카페를 찾은 손님들과 직원들의 모습


앞서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제주도는 '섬'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자연환경보호 관련 정책과 최근 급격히 상승한 부동산 가격, 물류비 등의 문제로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제조업 시장도 적다. 취업시장에 탄력을 불어넣어줄 IT기업 등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 한계성 극복의 방안을 제주 이주민들이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좁게는 카페와 음식점, 숙박업소 등의 자영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들이 시도하는 IT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장애인 고용활성화 정책을 덧입힐 방법은 없을까?


공단과 제주도민사회, 그리고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과 사업을 시작중인 많은 이주민들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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