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을 위해 그간 무료로 운영되던 제주 전기차충전기 전체가 유료화로 전환되던 지난 20일, 충전기 유료화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조용히 진행됐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전기차 사용을 돕기 위해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해온 교통약자 배려 전기차충전기가 드디어 운영을 시작했던 것이다.
▲ 제주 전역에 총 49기가 설치된 교통약자 배려 전기차충전기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교통약자 배려 전기차충전기 구축사업은 그간 제품설계와 장애인단체 등의 자문, 구축장소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왔다.
사업을 담당한 제주에너지공사에서는 제품설계 단계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까지 사용이 가능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전 과정에 걸쳐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완성된 교통약자 배려 전기차충전기에서는 팔의 근력이 약한 이들을 위한 전동 방식의 충전케이블이 도입됐고, 주차면을 기존의 1.5배 가량 확장했는가 하면 볼라드를 U자형에서 I자형으로 교체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 휠체어 접근을 위해 설치된 I형 볼라드
그렇게 운영을 시작한 교통약자 배려 전기차충전기에 대해 실제 전기차를 운행중인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은 대체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이블의 무게가 성인남성도 버거울 정도로 무겁고, 조작부가 높게 위치해 접근이 어려웠던, 그래서 아예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기존 충전기에 비해 확실히 교통약자를 배려한 게 느껴진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다만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눈에 띈다.
가장 큰 문제는 DC콤보와 차데모, AC3상 등 3가지 충전케이블 중 전동 방식이 DC콤보 하나에만 적용됐다는 점이다.
제품단가 등을 맞추기 위해 가장 사용량이 많은 충전케이블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교통약자 중 상당수가 승하차가 용이한 레이EV와 쏘울EV 등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DC콤보를 선택한 데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전동 케이블에 대한 안전성도 문제다.
DC콤보 케이블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케이블이 내려오고 충전이 완료되면 다시 케이블이 올라가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커텍터와 케이블이 무방비로 지면에 노출되고 끌린다는 것이 문제다.
▲ 작동 시 지면과 부딪히고 노출되는 구조의 전동케이블
지난해 발생했던 커넥터 폭발 사건 등을 통해 커넥터와 케이블이 지면에 부딪히며 발생하는 데미지, 그리고 커넥터를 통해 유입되는 수분의 위험성은 수차례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케이블이 작동할 때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사용자가 잡아준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 지난해 대구와 제주에서 발생한 커넥터 폭발은 수분 유입과 내부온도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렇게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초로 교통약자를 위한 전기차충전기를 설치한 제주도의 시도 자체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자가 운전 비율이 높은 제주에서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이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차에 지원되는 각종 보조금 등을 교통약자도 누릴 수 있는 평등권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올해 49기의 교통약자 배려 전기차충전기를 설치한 제주도는 오는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50여기씩의 충전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