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의 무차별 공습 앞에 청정제주를 상징하는 전기차들의 퍼레이드도 그 의미를 잃고 말았다.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과 1100고지, 컨벤션센터 등을 오가며 진행된 '전기차 퍼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다.
▲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경찰차 뒤를 따라 행렬을 이뤄 제주시내를 달리고 있다
이날 오전 한라체육관에서의 축하공연과 사전행사, 전기차 구매상담 등을 시작으로 약 50대의 전기차들이 참여하는 퍼레이드로 이어진 이날 행사는 제5회 국제전기차동차엑스포의 사전행사로 치뤄졌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예보된 대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유입되며 이날 제주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는 매우나쁨을 넘어 위험 수준인 100㎍/m³을 오르내렸다.
특히 미세먼지보다 더 건강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 수치가 위험수준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제주시내가 미세먼지에 뒤덮여 있다. 마스크를 한 도민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이처럼 중국발 미세먼지로 제주의 대기질이 최악으로 치닫음에 따라 퍼레이드 축사에 나선 VIP의 "청정제주를 위한..."이라는 문구는 듣는 이들을 공허하게 만들었으며, 수십대의 전기차가 대열을 이뤄 도심지와 1100도로를 달리는 장관 역시 뿌연 먼지에 뒤덮여버렸다.
자체적인 오염물질 배출원이 극히 제한적인 제주의 대기질이 이처럼 하루 걸러 하루 나쁨 수준을 오르내리는데 대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마치 안개처럼 보일 정도로 뿌연 먼지가 한라산을 뒤덮은 가운데 참가자들이 1100고지에 모이고 있다
혹자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나아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현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아니 도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무모한 발상이다.
제주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 해도 중국에서 유입되는 이 거대한 오염물질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최악의 대기질을 감수하며, 거친 숨 속에 오염물질을 들이마시며 자전거를 타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제주 지역의 대기질은 28일에 이어 29일까지 최악일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29일로 예정된 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