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과 고연비 등을 무기로 한동안 국내외 자동차 시장을 점령했던 디젤차의 몰락이 시작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 2015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였다.
▲ 디젤게이트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한 폭스바겐 그룹
ECU를 조작해 일반도로 주행이 아닌 검사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낮춰 배기가스 규정을 통과해오던 폭스바겐 그룹의 불법행위가 적발되며 미국에서만 48만대 이상의 대량 리콜과 21조원 규모의 벌금이 책정된 이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전세계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외치던 디젤차의 본모습을 알게 됐다.
질소산화물 배출량 조작을 통해 배기가스 규정을 통과, 미국에서 운행되던 이들 디젤차량에서 사실은 규정의 40배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배출됐다는데 전세계 소비자들은 경악했다.
이렇게 디젤게이트로 인해 친환경이라는 가면을 벗을 수 밖에 없게 된 디젤차는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디젤차 배기가스
물론 국내에서 측정되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그 중국발 미세먼지의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운행되는 디젤차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를 포함한 주변국에서 운행되는 디젤차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디젤차에 대해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운행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리고 있으며,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부터는 수도권 외 전국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등으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BMW 화재 사건은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오늘 발생한 두 건의 화재를 포함, 올해 들어서만 36대가 불타오른 BMW 화재 사건의 원인으로 디젤차량 배기가스를 재순환시키는 EGR 부품이 지목되며, 디젤차는 환경파괴 뿐만 아니라 안정성에서도 최악의 차종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BMW 차량에 대한 운행제한까지 검토하고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BMW화재, 운행제한까지 검토
디젤차에 대한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다.
볼보와 닛산, 도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 뿐만 아니라 디젤게이트 등으로 홍역을 앓은 폭스바겐, 포르세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디젤차에 대한 생산중단 계획을 발표했으며, 아예 내연기관차 전체에 대한 생산중단을 검토하는 제조사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9일,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에 대한 디젤 모델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선언한 볼보차
이처럼 디젤차로 인한 환경파괴와 안전성 논란, 정부의 경유가 인상과 디젤차 규제 움직임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인기가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는 여전히 디젤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제주연구원 전기차정책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제주EV리포트 6월호'에 따르면 2018년 6월 한달 간 제주 지역에 등록된 2,129대의 신차 중 경유차는 883대로, 약 40%를 차지했다.
※ 참고 : 제주연구원 전기차정책연구센터(https://www.jri.re.kr/contents/index.php?mid=0413)
이어 휘발유차가 546대, 전기차가 443대, 가스차 199대, 하이브리드차가 57대로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제주 지역에서 경유차가 인기가 높은 것은 동지역과 읍면지역이 혼재해 단순 승용이 아닌 화물운송에도 사용될 수 있는 SUV의 비중이 높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 식을 줄 모르는 제주 지역의 디젤차 선호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전체 신규 차량 중 전기차가 무려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코나EV와 니로EV 등 소형 SUV에 국한되어 있는 전기차의 모델이 중형급 이상 SUV와 CUV, 트럭 등으로 확장될 경우 경유차에 대한 니즈를 전기차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중형 이상 전기 SUV 차를 제작하려면 탑재되는 배터리의 용량을 대폭 늘려야 하며, 그 경우 차량의 가격과 충전시간 등이 증가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형 SUV인 코나EV의 경우 60kWh 급 배터리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지만, 차량의 크기가 쏘렌토나 싼타페 급으로 커질 경우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만약 배터리 경량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단순히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차량의 가격이 내연기관 대비 너무 높아져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지형적 특성과 지자체의 적극적 노력이 만들어낸 제주 지역 전기차의 인기
이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젤차는 비주류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저렴한 경유값과 SUV차량의 인기로 인해 국민들이 디젤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대한 제조사들의 기술개발과, 정부의 충전인프라 구축에 대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