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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컬럼] 그럼에도 전기차 보급은 계속되어야 한다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8.04.17 11:23:38

지난 주말 제주도민들은 난생 처음 보는 긴급재난문자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강풍과 폭우 등 제주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기상현상이 아닌, '미세먼지'로 인한 긴급재난문자가 제주 지역에 발송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의 미세먼지 수치는 평소 수치의 10배가 넘는 400㎍/m³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WHO 기준 안전수치의 20배가 넘는 수치로, 이날 야외활동을 한 사람은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운 것 이상으로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미세먼지에 뒤덮인 번영로의 모습


제주의 공기가 위협받고 있다.


이상기후와 대기정체 등으로 인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유입이 늘어나고, 유입된 미세먼지가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그 농도가 더욱 짙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북서풍이 부는 봄철의 경우 중국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황사가 번갈아 국내로 유입되는데, 이 오염물질이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과 더해져 제주로 밀려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의 원인이 중국이냐, 국내냐 하는 것은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의미가 없는 논쟁이다.


오염물질 배출원이 거의 없는 제주의 대기질이 이처럼 악화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중국이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오염물질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제주도에서는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도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대기질 악화로 인한 피해는 노약자와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 등 취약계층을 시작으로, 점차 모든 도민의 건강을 악화시킬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 미세먼지가 보통인 날과 나쁨인 날, 시야에서 사라진 한라산의 모습


과연 제주도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 대책을 찾을 길 없는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제외하고 현실을 살펴보자.


환경부가 발표하는 지역별 미세먼지 데이터 등을 살펴보면 제주 지역의 경우 서귀포시에 비해 제주시의 미세먼지 평균 수치가 높으며,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오전 7시에서 8시를 기준으로 그 수치가 급등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듯이 미세먼지 발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그 주범인 것이다.


이에 차량 운행이 많은 제주시가 서귀포시보다 오염도가 높으며, 출근과 통학이 시작되는 오전 7시를 기준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유차의 매연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외부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입에 대해 사실상 제주도, 아니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관리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제주 지역에서는 건설경기 호황을 타고 대형공사차량 등이 급증하며 노후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를 비롯 제주도정에서도 노후 경유차에 대한 폐차유도와 배기가스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답은 하나뿐이다.


승용차와 상용차 등 제주 지역에서 운행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기질 개선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사 내 자신이 전기차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다른 도민들이, 우리의 이웃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수록 제주의 대기질은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물론 전기차의 미세먼지 감소 효과에 대해 반대여론도 존재한다.


전기차와 관련된 예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격일 수 있다.


제주 지역의 대기질 악화로 인한 도민들의 건강위협과 관광객들의 해외 이탈로 인한 지역경제 악화 등을 생각하면 제주의 환경 관련 예산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


전기차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감안하면 전기차는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반대논리 역시 제주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제주연구원이 매월 발행하는 제주EV리포트(https://www.jri.re.kr/contents/index.php?mid=0413&job=download&seq=2055&no=1&gubun=h)에 따르면 2018년 2월말 기준 제주 지역에 등록된 1만여대의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은 2,886,106kW이며, 풍력과 태양열 등을 통해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량은 66,806,047kWh에 달한다.


앞으로 전기차 등록대수가 10배, 20배 증가한다 해도 자체 생산되는 친환경 에너지만으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곳이 바로 제주도인 것이다.


또한 차량 소유주 개개인에게 관리 포인트가 분산되는 내연기관차량의 배기가스에 비해 발전소의 오염물질 발생원을 최소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제주의 미래도 내다봐야 한다.


대규모 생산시설 등이 들어설 수 없는 제주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육성할 수 있는 사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아직까지도 관광과 농수산업에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으며, 꾸준하게 추진중인 IT기업 유치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 IT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첨단과학기술단지


이유는 간단하다.


IT 기업의 경우 근무자들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수도권에서도 기업의 사옥 이전 등으로 직원들이 이직하는 일이 잦다.


특히 이들 IT기업 종사자들은 성향적으로 최신 문화와 기술 등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서울의 환경에 익숙한 편이기에 제주에서의 근무에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거는 IT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고객센터 등 단순직 외에 핵심 조직을 제주로 이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최근 해외에서 시작되고 있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전기차 제조와 관련산업, 제주의 자연환경과 도로환경을 이용한 자율주행차 관련산업이야말로 제주의 차세대 먹거리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된 일본 혼다의 전기차


기존 자동차 산업과 달리 거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3D프린터 전기차 제조와 여기서 연계되는 자율주행차, 충전,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유치를 통해 제주의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변화하는 기후환경과 지역 경제의 미래를 감안하면 전기차 산업의 육성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보급 위주로 추진해온 사업 방향을 관련 산업 육성으로 전환하며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


지난 몇년 간 제주도에서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기차 산업이 내부 견제로 휘청이는 사이, 서울과 대구, 광주 등 타 지자체에서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지금은 무의미한 내부 다툼보다 외부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방안을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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