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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이사가면 못쓰는 전기차충전기, 국민혈세 줄줄

국민세금으로 지원된 충전기, 높은 이전설치비로 창고에 방치...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등 주무부처의 업무능력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사용자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초 전기차 구입 시 정부보조금을 통해 지원되는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가 거주지 이전 시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5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7kWh급 개인용 완속충전기


2018년 현재 전기차를 구입할 경우 차량 구입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이 지원되며, 이와는 별도로 거주지 및 회사 등에 설치할 수 있는 충전기 보조금이 개인에게 지급된다.


이는 공동주택이나 기타 시설 등에 지원되는 완전개방(누구나 사용가능), 부분개방(해당 시설 관계자만 사용가능) 충전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으로, 오직 전기차 구매자 개인만 사용할 수 있는 비개방 충전기다.


환경부에서는 비개방 개인용 충전기에 대해 2017년 300만원, 2018년 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전기차 구입자가 자신의 집에 개인용 충전기를 설치하고자 할 경우 지난해까지는 300만원, 올해는 1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구입자는 이 지원금으로 지정된 충전기 사업자 중 하나를 골라 설치 신청을 하면 지원금 내에서, 혹은 설치 환경에 따라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 일반 주택 및 회사 등에 설치된 개인용 충전기


문제는 이렇게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된 충전기들이 이사 등 거주지 이전이 발생할 경우 무용지물이 되어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신축아파트로 이사를 준비하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2017년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한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를 이전하기 위해 알아본 결과 대략 150만원 내외의 이전설치비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어컨 이전설치 비용 등과 비교해 턱없이 높은 금액에 A씨는 충전기 설치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환경부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최초 구매비용 및 설치비용 일부만을 지원할 뿐, 이후 이전설치 비용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원금으로 설치된 충전기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설치공사 비용과 한국전력 계량기 설치불입금 등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 이상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7kWh급 한국전력 계량기 설치비용으로 40만원을 지불해야 하며, 일반 전기공사 비용, 케이블 지중화 비용, 시멘트 양생비용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충전기를 이전할 수 있다.


틈새시장을 노린 영세 전기공사업체들이 충전기 이전설치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나, 시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높은 공사비용때문이다.


▲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한국전력 계량기를 신청해야 한다


충전기를 이전 설치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일 지도 모른다.


단독주택에 살다가 공동주택으로 이사할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예 개인용 충전기 설치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해초 서귀포시 신축아파트에 입주한 B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에 입주하며 관리사무소에 개인용충전기 설치를 문의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차공간 문제로 반대해 벌써 6개월 넘게 베란다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고 B씨는 호소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된 개인용 충전기 상당수가 이사 후 설치되지 못하고 창고 등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 지역을 예로 들어 보면 전체 충전기 8,677대 중 개인용 충전기가 7,217대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출처 : 제주연구원 EV리포트 2018년 5월호 https://www.jri.re.kr/contents/index.php?mid=0413&job=download&seq=2108&no=1&gubun=h)


문제는 이 7,217대의 충전기 중 이사 후 설치비용 등의 문제로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충전기가 얼마나 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 제주시 한 아파트에서 충전기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이처럼 국민혈세를 이용해 지원된 전기차 충전기 중 상당수가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버려지고 있음에도 환경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혈세를 이용해 설치된 충전기가 수년만에 무용지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높은 비용으로 충전기 이전설치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개인용충전기를 개방형으로 전환하거나 충전사업자가 매입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이사가는 집에 충전기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철거하지 말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매입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부분개방형으로 전환 사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한번 철거한 충전기를 다시 설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그 외 충전기 사업자를 통한 매입과 재가공 판매 등에 대한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사용자가 이전 설치를 포기한 충전기를 사업자가 매입해 민간사업용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철거 후 재가공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만 하다.


국민혈세로 지원된 전기차 충전기가 창고에 방치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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