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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내최초 저압주택 내 이동형충전기, 제주에 첫 선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8.05.01 12:18:42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별도의 주차공간 배정 문제다.


가뜩이나 주차공간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만을 위한 공간을 배정하는데 대해 입주자대표 및 관리사무소 등에서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의 어려움은 결국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재 1% 미만인 전기차 보급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전에는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 공동주택 완속 충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이처럼 별도 주차공간 배정이 필요하다


▲ 이처럼 내연기관차가 전기차 충전공간에 주차할 경우 입주민 간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별도의 주차공간이 필요 없는 이동형 충전기, 공동주택에 가장 적합해

이처럼 공동주택에서의 주차공간 배정 문제로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어려워지자 업계에서는 그 대안으로 이동형 충전기를 내놓았다.


공동주택 주차장 등에 전기콘센트 형식의 충전 포인트를 설치하고, 충전기 본체는 전기차 사용자가 휴대하고 다닌다는 개념에서 시작한 이동형 충전기는 별도의 주차공간 배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충전기 설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확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 주차장 내 전기콘센트에 식별장치를 부착하고, 단말기가 부착된 충전케이블은 사용자가 휴대한다


이에 전국 지자체에서는 신축되는 대단지 아파트에 기본으로 이동형 충전기 포인트를 설치하고 있으며, 제주에서도 부영아파트와 LH 등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동형 충전기 포인트가 구축되고 있다.


특히 부영아파트의 경우 3,422세대에 334개의 이동형 충전기 포인트를 설치함으로써 2017년 1월 21대에 불과하던 단지 내 전기차 등록대수가 불과 1년만에 103대로 증가함으로써 공동주택 내 이동형 충전기 구축이 전기차 보급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증명한 바 있다.


▲ 이동형 충전기 설치에 적극적인 삼화부영 아파트, 1년새 전기차 대수가 400% 증가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동형 충전기 보급, 제주에서 암초를 만나

이처럼 공동주택에서 이동형 충전기 보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으나, 유독 제주에서는 삼화부영 등 일부 대단지를 제외하고는 확산 속도가 더딘 상태다.


그 이유는 이동형 충전기가 대단지 아파트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는 100세대만 되도 대단지 공동주택이라 불리는, 소규모 공동주택이 즐비한 제주의 특성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먼저 이동형 충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 단지 주차장 내 전기 콘센트가 필요하다. 아니, 필요했다.


이는 이동형 충전기가 기존 공동주택 단지 내 전기 콘센트를 활용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인데, 중소 규모 아파트나 빌라 등에는 주차장 내 전기 콘센트가 없는 경우가 많아 설치가 요원했던 것이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주차장 내 전기 콘센트가 없는 중소규모 단지를 위해 이동형 충전기 전용 콘센트를 개발, 환경부 인증을 거쳐 보조금으로 설치가 가능하도록 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 전기콘센트가 없는 공동주택을 위한 전용 콘센트


전기 콘센트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또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환경부에서는 이동형 충전기 전용 콘센트에 개당 40만원씩 총 5개, 단지당 200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하면서 지하 주차장에 한해서만 설치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던 것이다.


이는 공동주택 내 지하 주차장이 드문 제주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이에 해당 규정이 존재하던 올해 3월경, 환경부에 해당 사실에 대해 질의하자 "우천 시 안전을 위해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정형 충전기에 대해서는 지상과 지하, 구별이 없는 상황에서 유독 이동형 충전기에만 추가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 업계를 비롯, 제주도 담당 부서에서도 이의를 제기했으며, 그결과 환경부 충전기 보급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그 제한이 사라져 지상 주차장에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 환경부 지원을 받아 설치된 고정형 충전기, 비가림막도 없이 지상에 설치되어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된다


제주시 봉개동 한 아파트, 국내 최초로 저압 공동주택 이동형 충전기 인프라 구축

이처럼 제주 지역에서 전기차 이동형 충전기를 보급하기 위한 큰 산 두개를 넘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전기차 이동형 충전기를 보급중인 파워큐브코리아에서 제주 지역 내 소규모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이동형 충전기 구축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제주시 봉개동 봉개초등학교 인근 72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협의를 마치고 구축을 시작했다.



▲ 봉개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해당 단지, 제주 지역에 신축된 전형적인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해당 아파트는 신축 2년차 지상 7층 규모의 아파트로, 1차와 2차로 나뉘어 각각 36세대, 총 72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단지에는 지상 주차장 70면이 확보되어 있으며, 등록된 전기차는 쏘울 4대, 아이오닉 1대, SM3 1대, 레이 1대 등 총 7대로, 전체 차량 중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단지 내 전기차의 비율이 10%를 넘어가자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논의는 거듭됐지만 결론은 쉽사리 나지 않았다.


제주 지역 특성상 가구당 차량 보유대수가 2대 이상인 경우가 많아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태였기에 고정형 충전기 설치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부 보조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고정형 충전기는 주차면 100면당 1기(제주 지역은 20면당 1기)만 설치할 수 있어 1차 1기, 2차 1기만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부정적이었다.


▲ 이동형 충전기 전용콘센트 설치가 진행중이다


이에 해당 단지에서는 이동형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으며, 그 결과 1차에 이동형 충전기 전용콘센트 5기, 2차에 5기 등 총 10기를 설치했다.


전용콘센트는 지상 주차장 내 기둥 및 벽면에 설치되어, 설치지점을 기준으로 좌우 2~3대를 충전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72세대 규모의 소규모 아파트에 충전이 가능한 주차공간 25면, 동시 충전 대수 10대 규모의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다.



▲ 주차장 기둥과 벽면에 총 10개의 전용 콘센트가 설치됐다


저압 공동주택에서의 모자분리 이슈는 해결해야 할 숙제

이처럼 이동형 충전기의 소규모 공동주택에서의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제주 이주붐을 타고 중소규모 공동주택 신축러쉬가 진행된 제주에서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다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형 충전기 사용시 발생하는 전기요금을 전기차 사용자 개인에게 부과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 내 공용전기와 전기차 충전용 전기를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전력에서 진행되는 이 작업을 모자분리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동일한 전기 콘센트를 사용해도 전기차 충전에 사용된 전력량과 요금을 분리할 수 있다.


이 모자분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두가지다.


먼저 다른 입주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기차 충전에 사용된 요금이 공용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고, 추후 이를 정산할 경우 공용전기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 이동형 충전기 관련 민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전력에서는 전기차 보급을 위해 전기차 충전요금에 한해 계절과 시간에 따라 1kWh당 최저 26원에서 최대 120원 내외로 책정하고 있다. 심지어 누진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모자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공동주택이 한국전력과 '고압'으로 계약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고압을 사용하는 공동주택은 단지 내 변전시설을 갖춘 대단지 아파트들뿐이라는 점이다.


▲ 대단지 아파트에 설치된 변전시설


만약 모자분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해당 공동주택에서 한국전력과 계약한 공용전기 요금제를 따르게 되는데, 공용전기 사용량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소규모 공동주택에서는 1kWh당 300원 내외의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모자분리를 거친 전기차 요금제와 비교할 때 최대 10배의 금액이 적용되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보조금 규정 적용이 필요

다시 국내 최초로 저압 소규모 공동주택용 이동형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 제주시 아파트로 돌아가보자.


해당 공동주택 역시 저압을 사용하고 있어 모자분리가 불가능했으며, 공용전기는 1kWh당 300원이 넘게 계약되어 있었다.


이에 구축업체인 파워큐브코리아에서는 또다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공동주택 공용전기와 별도로 전용 계량기를 설치하고 여기에 이동형 충전기 전용콘센트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요금제를 적용받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별도의 전력 계량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계약용량에 따른 한국전력 불입금이 발생하는데, 이동형 충전기의 경우 개당 3kWh 용량으로 설정되어 있어 콘센트 5개를 사용할 경우 15kWh가 적용, 약 13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이에 파워큐브코리아를 비롯 이동형충전기 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환경부에 계량기 설치비용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은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결국 해당 사업자들이 계량기 비용을 감당하며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에, 제주 지역을 비롯한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동형 충전기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주차공간 문제로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속도를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형 충전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정형 충전기의 경우 1대당 400만원이 지원되는데 반해, 이동형 충전기는 전용콘센트 5개에 200만원이 전부이며, 한전 불입금도 고정형 40만원의 세배를 넘는 130만원에 달해 고충이 크다'며, "전체 보조금 규모 내에서 이동형 충전기 계량기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충전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공동주택 주차공간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동형충전기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개방형 충전기가 아닌 부분개방, 비개방 충전기에 대해서는 이동형 충전기를 널리 보급하는 것만이 공동주택 충전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해당 아파트에서 이동형 충전기를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보급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2명뿐인 담당 인력으로는 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정책 수립은 고사하고, 전국 지자체 및 관련업계, 전기차 사용자들에 대한 지원업무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과 친환경차 보급확산을 위해서는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는 한편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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