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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억원 갔던 오피스텔 6천만원에, “내리막길이라서”

알뜰한 40대 주부 A씨는 부지런하다.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며 남편이 벌어온 돈을 아끼고 합쳐 몇 년 전 신제주에 있는 오피스텔 한 채를 사고 세를 놓았다.

 

근래 들어 제주도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수소문하며 2년 전쯤에 신제주에 있는 오피스텔 2채를 대출을 끼고 더 샀다. 한 채당 5천만원가량이라고 했다. 3채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 채당 1억원을 호가했다.

 

톡톡히 재미를 봤다고 생각한 A씨는 지난해 11월 제주시 오라동에 신축한 연립주택 한 채를 일단 계약금만 내고 매입했다.

 

다음해 1월에 제주도의 이사철인 신구간이 오고, 그때가 가까워지면 웃돈을 얹어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할 수 없이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렀다.

 

제주 부동산시장이 그동안의 열기를 접고 냉각기에 들어섰다고 느낀 A씨는 뒤 이어 오피스텔 3채를 매물로 내놨다. 한 채당 1억원을 호가했던 이 오피스텔을 올해 한 채당 6천만원가량에 팔았다고 한다.

 

A씨는 팔릴 가격에 미련 없이 팔았다고 말했다. 아쉬워하다가 좀 더 있으면 아예 팔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은행 이자보다 훨씬 많은 월세를 받았고, 손해는 보지 않았으니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주도에 부동산광풍이 불며 많은 이들이 이렇게 투기했다. A씨가 다른 많은 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내놔야 할 때라고 판단했을 때 미련 없이 내놨다는 점이다.

 

그래도 전세를 놓은 연립주택은 팔릴 것 같은 가격, 즉 매수가 이하로는 차마 팔지 못하고, 장차 어떻게 될지 근심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당장 돈이 급하지 않으니 떨어져도 버티겠다고 한다. A씨가 다른 많은 이들과 같은 점이라면 바로 이런 것인 듯하다.

 

부동산광풍 후유증 이제 시작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8일 제주시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관리기간은 오는 731일까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기존에 육지부 24곳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번에 제주시와 경기도 오산시를 추가했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을 공급할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하려면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아야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심사가 거절되는 등 패널티가 적용된다.

 

관리지역은 미분양 주택수가 500세대 이상인 시··구 중 최근 3개월 사이에 미분양 세대수가 50% 이상 증가한 달이 존재하고, 최근 월 미분양 세대수가 1년간 월평균 미분양 세대수의 2배 이상이 되는 등 분양이 저조할 때 지정된다.

 

제주시는 미분양 물량이 2355세대에서 3월에는 643세대로 급증하면서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국토건설부 집계에 의하면, 제주도 전체의 미분양 주택은 올해 1월에 353세대, 2월에 446세대에서 3월 말에는 735세대로 급증했다.

 

최근 2년여 부동산광풍이 불며 가격이 폭등했고, 뒤를 이어 거주용 건물 신축이 급증했는데, 이제 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을 한참 초과하는 공급

 

제주도청의 집계에 의하면, 2016년 주거용 건물 신축허가 건수는 총 20,786세대에, 공급량은 13,880세대이다. 한국감정원에서 집계한 2016년 매매거래량 12,362세대를 초과하는 물량이다.

 

또 올해 1~3월에 준공된 물량은 5,034세대에, 제주도정은 신축허가 건수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약 16,200세대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2,9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8% 감소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미분양 주택이 증가할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통계상의 미분양 주택은 3월에 735세대지만, 실질적인 미분양 주택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게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하지만 아직은 쉬쉬하는 편이다.

 

부동산중개업자 몇몇은 과거 2년여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몰린 투기수요에 가세해 차익을 노리고 매입한 다음 되팔려다가 되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잡고 있는 투기물량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에서 말한 A씨의 사례처럼.

 

이 투기물량에 통계상의 미분양 물량을 더한 게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실제 미분양 물량인 셈이다.

 

제주도청이 집계한 2016년 주거용 건물 신축 인허가 면적을 용도별로 보면, 2015년 대비 아파트는 34% 감소했다. 하지만 단독주택은 56%, 연립주택은 57%, 다세대주택은 23% 증가했다. 특히 오피스텔 신축 인허가 면적은 2015년 대비 약 250% 증가했다.

 

앞으로 다세대·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미분양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상승 기대심리 비관, 매수보다는 전월세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들어 제주도내 주택 매매거래량은 크게 감소한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월세거래량은 2,7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3% 증가했다.

 

그동안 급등했던 주택가격이 올해 신구간 이후 보합세로 돌아섰고, 심리도 상승보다는 하락 쪽으로 기우는 반면, 공급은 급증하면서 매수보다는 전월세로 돌리며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등에 따르면, 부동산 수급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우위로 돌아섰다. 주택가격 등락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CSI 역시 올해 1월부터 비관 쪽으로 돌아섰다.

 

매수를 하자면 가격부담도 이만저만 아니다. 한은 제주에 따르면, 20173월 기준 제주도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6.5만원/으로, 6대 광역시 평균 290.7만원/을 상회하면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 가계대출, 5년 미만 및 일시상환대출에 집중돼

 


이런 와중에 가계대출은 폭증할 대로 폭증했다. 한은 제주에 따르면, 부동산가격 급등과 함께 제주지역 가계대출은 2015년 이후 연 30~40% 수준의 폭증세를 이어갔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출 잔액은 2014년 말 62천억여 원에서 20172월 말에는 117,862억원으로 약 1.9배 증가했다.

 

한은 제주에서는 제주지역 가계부채는 여타 지역과 달리 2015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그 규모가 경제규모 및 소득수준에 비해 매우 크고, 만기 5년 미만 및 일시상환대출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금융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우려를 말했다.


 

한은 제주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제주지역의 만기일시상환대출 비중은 71.5%에 만기 5년 미만 대출 비중은 67.7%로 전국 평균치 각각 49.0%40.7%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한은 제주에서는 향후 주택가격 하락 등 대내외 리스크가 더욱 확산될 경우 금융기관 연체율 상승, 가계소비 위축 등 지역 금융안정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으므로 정책당국, 금융기관 및 도민 등 각계각층의 선제적 대응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도내 금융기관들은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대비하여 부동산 관련 신규대출 취급을 신중히 하고, 기 취급분에 대한 담보가치 재산정, 차주의 상환능력 점검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은 제주는 지난해부터 이런 충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광풍에 휩쓸릴 때는 들리지 않는 게 그동안 거듭 반복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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