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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숫자에만 집착한 환경부, 국민혈세 허공으로

숙박업소 등을 중심으로 설치된 완속충전기, 사실상 무용지물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개방형 완속충전기들이 사실상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환경부는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전기차 사용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완속충전기와 전기차 소유주만 사용할 수 있는 비공용 완속충전기 등 12,000대를 보급했다.


제주 지역만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2018년 7월 기준 1,335대의 개방형 완속충전기들이 구축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 공공시설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공공시설에 설치되는 개방형 완속충전기에 대해 환경부는 한 대당 40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설치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즉, 충전기 설치업체 입장에서는 설치하는 충전기 대수만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숫자를 늘리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업체들이 숫자를 늘리는데만 집중하다보니 설치장소에 대한 적합성 검토는 물론 설치 후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에서 제주 지역에 설치된 개방형 완속충전기에 대해 취재한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적합한 장소에 설치된 충전기, 사실상 사용불가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장소에 설치된 충전기들이었다.


한 음식점에 설치된 개방형 충전기는 급격한 경사로에 설치되어 있어 충전은 커녕 일반 차량도 주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충전을 하려면 경사로에 차량을 주차한 후 버팀목 등을 타이어에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차의 어려움을 떠나 충전기가 설치된 길목은 수시로 차량과 사람이 통행해야 하는 곳으로, 애초에 충전기가 설치되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곳에 충전기를 설치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 충전은 커녕 주차도 하기 힘든 경사로에 설치된 충전기


설치만 하고 관리는 나 몰라, 사용이 불가능한 충전기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된 충전기와 함께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설치 후 관리가 되지 않아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충전기들이었다.


한 숙박업소에 설치된 충전기의 경우 그 앞에 업주가 가져다놓은 평상이 설치되어 충전기 사용을 방해하고 있었다.


또 다른 숙박업소에서는 아예 충전기 앞에 손님용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놓고 바베큐 장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설사 충전기를 사용하겠다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해도 대당 수백만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사실을 감안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 충전기 앞에 다른 시설물을 가져다놓아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고장난 채 방치된 충전기, 현황 파악조차 힘들어

언제 고장났는지도 모른 채 수개월 이상 방치된 충전기들도 문제였다.


외관상 이상이 없어도 인증오류 등으로 인해 실제 사용은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수였으며 아예 전원이 꺼진 채 흉상 마냥 방치된 경우도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 고장난 채 수풀 속에 방치된 충전기


음식점 앞에 설치된 개방형 완속 충전기를 만지고 있던 한 관광객은 "숙박업소에 설치된 충전기가 고장나 오늘 점심을 먹으며 충전을 하려 했는데 여기 충전기 역시 인증 다음단계로 넘어가질 않는다"며, "급속충전기 외 완속충전기는 사용을 포기해야 할 거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개방형 완속충전기의 설치주체가 민간업체와 환경부 등으로 나뉘어 제각각이다보니 고장난 채 방치된 충전기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업체들이 설치한 충전기들의 경우 사후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보조금을 받기 위해 설치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편하고, 느리고... 개방형 완속충전기 정책 대폭 손질해야

이런 문제점들 외 개방형 완속충전기의 활용을 어렵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들은 또 있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숙박업소 대표는 "손님들을 위해 개방형 완속충전기 설치를 신청했는데 설치업체에서 환경부 보조금이 줄어들었다는 핑계를 대며 비가림막을 생략해버렸다"며, "혹시나 비오는 날 손님이 충전기를 사용하다가 사고가 나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 같아 되도록 관광지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노후화된 충전기


민간업체들이 설치한 충전기에 대해서는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하거나 선결제를 해야 하는 등 사용법이 제각각이라 사용자들이 불편해한다는 것, 특히 음식점과 숙박업소에 설치된 충전기들은 대부분 전기차 사용에 익숙치 않은 관광객들이라 그 불편함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한 개방형 완속충전기 설치 계획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급속충전기의 보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한 완속충전기를 널리 보급하겠다는 의견은 사뭇 그럴듯 해보인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라 할 수 있는 제주에 설치된 개방형 완속충전기들이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관련 정책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충전기 설치 장소에 대한 적합성 판단에 객관성을 부여하고, 설치된 충전기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가 직접 설치하고 관리하는 충전기들의 경우 비교적 사후관리가 잘되어 활용성이 높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처럼 충전기 설치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무작정 설치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환경부는 대외적인 홍보를 위해 충전기 숫자를 늘리는데만 급급한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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