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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포켓몬고 열풍,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까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2.02 18:58:35

구글 지도 사용 문제로 출시가 반년 가량 미뤄졌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지난 1월 2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 인간의 눈에 보이는 실제 현실의 사물을 바탕으로 그 위에 가상의 정보를 덧입히는 기술.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가상현실(VR)과의 차이점.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정보가 더해져 또 하나의 현실이 된다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업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해외에 비해 반년이나 늦게 출시된 이 게임이 과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출시된 지 불과 불과 일주일 만에 국내 사용자 700만명을 돌파한 이 게임이 이제 거리의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포켓몬고 게임에서 아이템을 무료로 습득할 수 있는 ‘포켓스탑’ 주변 지역에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아이템과 몬스터 수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여름 속초 등 국내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고 게임이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나자 스마트폰을 들고 속초시내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던 것과 동일한 현상이 이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포켓몬고 게임의 특성에 기인한다. 기존 온라인, 혹은 모바일 게임이 주로 실내 등 고정된 장소에서 플레이가 이루어졌다면,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포켓스탑이 설치된 실제 지역을 찾아가야 한다. 또한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GPS위치가 이동할 때만 수집한 몬스터가 성장하기에 계속 주변을 맴돌아야 한다.



제주시청 내 조형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포켓스탑이 표시된다. 이를 클릭하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포켓스탑이 밀집한 지역을 찾아가 그 주위를 맴도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이다. 이로 인해 포켓스탑이 밀집한 지역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켓스탑이 설치되는 위치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으나, 게임 관련 커뮤니티 등의 정보에 따르면 포켓스탑의 위치는 게임 제작사 ‘나이안틱’의 전작 AR 게임인 ‘인그레스’의 포털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2016년 7월 이전에는 이 게임의 포털을 신규로 신청하여 등록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 즉, 유동인구가 많은 인구밀집 지역 위주로 포켓스탑이 설치됐고, 현재는 추가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기 설치된 포켓스탑 밀집 주변 지역으로 사용자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포수저(흙수저, 금수저와 마찬가지로 거주 지역 주변에 포켓스탑이 얼마나 있는지를 풍자하는 표현), 농켓몬(포켓스탑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가 스스로를 비하하는 표현) 등의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외곽지역에서 게임을 실행하자 주변에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서울 지역의 포켓스탑 분포도를 보자. 전 지역에 걸쳐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밀집도 역시 높다.



모든 지역에 빼곡히 들어선 포켓스탑. 게임 사용자들에겐 축복이다


이번에는 제주도의 분포도를 비교해보자. 제주시내와 서귀포시내를 중심으로 포켓스탑이 위치해있는 것에 반해 읍면 지역에는 설치된 곳이 전무하다. 결국 외곽에 거주하는 사용자들도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내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서쪽과 동쪽 지역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시내까지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포켓스탑이 설치되어 있는 제주시내, 그 중에서도 사용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게임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신산공원과 제주대학교, 함덕서우봉 해변 등으로 파악된다.


특히 신산공원의 경우 좁은 지역에 포켓스탑이 밀집해있어 게임 플레이에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신산공원 놀이터 주변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손에 든 채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상황이다.



좁은 지역에 포켓스탑이 밀집한 신산공원


포켓몬고를 즐기는 사람들로 놀이터가 가득찼다



캠퍼스 내 포켓스탑이 밀집한 제주대 역시 게임 명소 중 하나다



▲ 포켓스탑이 위치한 잔디광장 주변으로 사용자들이 모여있다


이처럼 게임으로 인해 특정 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유입되는 현상은 긍정적 측면으로 볼 때 상권, 혹은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포켓스탑이 설치된 지역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뿐 아니라,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보면 현 도정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살리기 등의 난해한 문제를 푸는 열쇠 역시 이런 기술과 문화의 접목으로 인해 자연스레 해결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특정 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이는 결코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포켓몬고 열풍에 긍정적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보다 반년 앞서 게임을 출시한 해외에서는 포켓몬고로 인한 각종 교통사고와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게임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 역시 출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위가 물러나는 3월과 4월이 되면 안전사고 발생이 더 늘어날 위험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실외로 나오는 사용자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도시인 제주도에서는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 인한 사고위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임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보지 못하는 보행자, 혹은 운전중 스마트폰에 눈길을 빼앗기는 운전자가 증가할 것임에 분명하다.


비단 교통사고 등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함덕서우봉 해변이나 삼양 해변 등이 포켓스탑 밀집지역으로 알려지자 인접 도로 주변에서는 포켓몬고 사용자들이 일렬로 주차해놓은 차량들로 인해 통행에 방해를 받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관광객들과 포켓몬고 사용자들이 일렬 주차해놓은 차들로 도로가 혼잡하다


함덕서우봉 잔디광장 역시 포켓몬고 명소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이에 도정에서는 포켓몬고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민과 관광객 모두의 안전을 위한 관리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포켓몬고 열풍에 대한 올바른 연구와 분석을 통해 증강현실 기술을 관광산업과 도시활성화 등의 분야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행이 제주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제주대학교와 제주발전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제주도 관광산업에 적용할 방안에 대해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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