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제대로 된 박물관이 너무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로 여행을 오는 한 관광객의 푸념이다.
중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갖가지 테마와 캐릭터를 제주로 한 박물관들이 제주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한다면 의아할 수 있는 소리지만 그 속뜻에는 '제주가 아니었다면 이 박물관에 과연 갔을까?'라는 의문이 담겨있다.
그렇다. 제주에는 수없이 많은 박물관이 존재하지만 전국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비슷한 테마로 더 크고 화려하게 꾸며진 박물관들이 육지에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매니아 문화라고 불리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시선을 넘기면 더더욱 그렇다. 가족 단위 관광객을 타겟으로 하는 박물관들이 대부분이기에 육지에 비해 그 수와 질이 턱없이 낮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28일 개장한 '피규어뮤지엄 제주'는 히어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피규어뮤지엄 전경
그동안 일명 '오타쿠 문화'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제주에 처음으로 문을 연 '피규어뮤지엄 제주'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 1층 전시관의 DC코믹스 관련 캐릭터들
▲ 당연히 그 라이벌인 마블의 캐릭터들도 전시되어있다. 하지만 이것은 맛보기...
▲ 아바타,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록키 등 영화 관련 피규어들도 한가득
▲ 최근 재부팅되어 홈커밍이란 이름으로 개봉한 스파이더맨 관련 전시관
▲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팬을 확보한 헐크버스터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피규어 전시관은 마블과 DC코믹스, 기타 영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다. 그 수와 양, 작품의 퀄리티에 놀라지만 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어지는 중앙홀에는...
▲ 중앙 전시홀의 어벤져스관
피규어뮤지엄 제주의 중앙홀은 무려 어벤져스 캐릭터의 1:1 피규어들로 가득 채워진, 어벤져스 팬들에게는 성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 캡틴아메리카 등의 실제 크기 피규어, 특히 아이언맨의 경우 작품에서 등장한 초기 버전부터 최신 버전까지 시대순으로 전시된 것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앙홀 관람을 마치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면 DC코믹스의 캐릭터인 배트맨과 슈퍼맨을 주제로 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어벤져스 관에 비해 규모와 숫자가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아쉬워할 것 없다. 각각 전세계에 1대와 2대밖에 없다는 2가지 버전의 배트카가 실제 크기로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 배트맨 팬들이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곳
DC코믹스 관을 빠져나오면 이제부터는 겨울왕국과 스타워즈, 드래곤볼, 원피스 등 기타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주제로 한 전시관들과 피규어 등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비록 전반부 마블과 DC관의 압도적인 물량공세에 비하면 후반부 전시관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동안 오타쿠 문화의 변방에 놓여있던 제주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곳 피규어뮤지엄 제주는 앞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과 제주 지역 매니아들에게는 의미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