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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친절한 사람인가

장홍석 서귀포예술의전당 주무관

오가며 들리는 편의점이 있다. 추출한 원두커피를 사기 위해 애용하는 편이다. 그 시간대에는 편의점 사장님이 카운터에 계신다.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사장님이 내게 말했다.

 

“아메리카노 맞죠? 오늘은 제가 서비스로 한 잔 드릴게요.”안 그래도 된다고 손사래 쳤지만 사장님은 편하게 마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갈 때 덧붙이는 말.“행복한 하루 되세요.”

 

고객 확보를 위한 사장님의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웃음으로 건네준 무료 커피 한 잔은, 당시 마뜩잖았던 내 기분을 분명히 환하게 바꿔주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화자는 굴지의 대기업 중역 회의에 업무상 참석할 일이 있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CEO가 회의장에 마지막으로 들어서고 중역 회의는 시작됐다. 임원의 보고가 이어졌다. 정적에 서류 넘기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렸다. 회의실 공기를 화자는 무척 답답하게 느꼈다. 

 

비서실 직원이 준비한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엄숙한 분위기에 직원이 긴장했는지 CEO 좌석 테이블에 찻잔을 놓다 손을 놓쳐 쏟고 말았다. 책상에 있던 A4 서류가 흠뻑 젖었다. 화자는 당황했다.‘어쩌나’하며 그 직원이 지청구 들을까 걱정됐다. 눈살을 찌푸리는 임원도 여럿 보였기 때문이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 모두, CEO의 반응을 살폈다. CEO는 차분하고 침착했다. 미소 지으며 오히려 직원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임원들에게도“실수한 건데요, 뭐.”라며 직원을 두둔해줬다. 그러면서 CEO는 다정한 어투로 “서류 한 부 더 출력 부탁해요”라고 했다. 화자는 그때 CEO의 친절한 태도에서 그 사람의 인품을 느꼈다고 썼다.

 

흔히 상대의 인성을 가늠하고 싶을 때는 음식점에서 직원을 대하는 언행을 살펴보라고 한다. 자신에게는 다정하지만, 음식점 직원에게 하대하는 말투나 행동을 보인다면 그 성격이 바로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거다.

 

이런 명언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라. 그리고 그에 대해 보상을 바라지 말라.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이다.”

 

내게 묻는다. 나는 친절한 사람인가.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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