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나는 친절한 사람인가
오가며 들리는 편의점이 있다. 추출한 원두커피를 사기 위해 애용하는 편이다. 그 시간대에는 편의점 사장님이 카운터에 계신다.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사장님이 내게 말했다. “아메리카노 맞죠? 오늘은 제가 서비스로 한 잔 드릴게요.”안 그래도 된다고 손사래 쳤지만 사장님은 편하게 마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갈 때 덧붙이는 말.“행복한 하루 되세요.” 고객 확보를 위한 사장님의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웃음으로 건네준 무료 커피 한 잔은, 당시 마뜩잖았던 내 기분을 분명히 환하게 바꿔주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화자는 굴지의 대기업 중역 회의에 업무상 참석할 일이 있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CEO가 회의장에 마지막으로 들어서고 중역 회의는 시작됐다. 임원의 보고가 이어졌다. 정적에 서류 넘기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렸다. 회의실 공기를 화자는 무척 답답하게 느꼈다. 비서실 직원이 준비한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엄숙한 분위기에 직원이 긴장했는지 CEO 좌석 테이블에 찻잔을 놓다 손을 놓쳐 쏟고 말았다. 책상에 있던 A4 서류가 흠뻑 젖었다. 화자는 당황했다.‘어쩌나’하며 그 직원이 지청구 들을까 걱정됐다. 눈살을 찌푸리는 임원도 여럿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