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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끝나지 않는 아픔 속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

강예나 서귀포시 표선면

9년 전 대학교를 다닐 때, 학교 과제로 봐야 했던 영화가 있었다. 바로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제작됐던 영화 ‘지슬’이다.

 

영화의 첫 시작은 한 군인이 방안에 흐트러져 있는 제기들을 넘어가, 널브러져 있는 여인의 시체 옆에 아무렇지 않게 앉는 모습이었다. 그 당시 태연한 군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공포감을 느꼈다.

 

4·3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를 봤던 그 때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올해, 나는 4·3 희생자 및 유족 보상 지원 업무를 하게 됐다. 올해 4·3특별법이 개정됨에 따라 6월부터 4·3 희생자 보상금 지급이 시작됐다.

 

4·3 희생자 보상금은 향후 3년 간(2022. 6. 1.~2025. 5. 31.) 희생자로 결정된 순서대로 차수 별로 지급될 예정이다. 올해는 1차 희생자 2,100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 신청을 받고 있으며, 현재 91.6%가 신청을 하였다.

 

보상금 신청을 받다 보면 희생자나 유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는데,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들이 보상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더불어, 그들이 그 당시에 보고 들었던 얘기들을 들어주고 반응을 해주는 것을 대상자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희생자가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그로 인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등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말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전할 때마다 그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또 필요로 했다.

 

올해 보상금을 신청한 대상자들은 현재 지급 심사 중에 있다. 심사가 끝나면 보상금 지급 결정 근거로 그들은 보상금 청구 신청을 위해 또 방문할 것이다.

 

나는 또 한 번 신청하러 올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을 준비를 해야겠다. 그들의 아픔이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내가 해드리는 것은 너무나도 약소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 아픔의 정도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들을 기다려야겠다.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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