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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 철학에 길을 묻다

최세훈 서귀포시 예래동주민센터

“너 자신을 알라.” 철학에 철자는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얘기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아주 옛날 사람이지만 지금도 여느 셀럽 못지않게 아주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를 살짝 파보니 이분 참 반듯하게 사신 사람이다. 하지만 바른말 하기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소크라테스도 당시 권력자의 눈에 나게 되고 결국 옥살이를 하게 된다. 

 

당시에도 유명인, 그것도 철학가이자 사상가였던 소크라테스는 도처에 적도 많았을 것이다. 결국 배심원들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이에 가족과 제자, 친구들은 꽤나 슬퍼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것에 많은 사람들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선고를 덤덤히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반드시 옳은 건 아니니까.

 

그는 시간을 돌릴 수 있더라도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혹은 본인의 안위를 위한 궤변을 늘어놓진 않겠다며 독배를 마시고 죽게 된다. 그에겐 정의이자 인생 철학이었던 옳은 것, 즉 논리를 고수하기 위해 죽음마저 불사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느날 메논이라는 당시 잘 나가는 귀족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메논은 부는 곧 덕이라 여기던 사람으로 요즘의 부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와 꽤나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떠나 크고 아름답고 풍부한 부.소크라테스는 설전에 앞서 ‘부’에 단서를 단다. 부당한 부, 부정한 부.

 

그러자 메논은 이내 당황하여 정당하지 않은 부는 덕이 아니고 오히려 악한 것이라고 곧 실토하며 두 손을 들고 만다. 소크라테스는 부당하고 부정직한 부는 갖지 않음으로써 미덕이 될 수 있음을 역으로 논증해 내며 일화는 일단락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평소 청렴과 부당한 이득이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없는 아득히 먼 반의어처럼 느껴졌다면 당신의 논리는 꽤 정의롭게 구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당한 이득은 때로 꽤나 달달하고 별로 어렵지 않은, 그냥 눈 한 번 딱 감으면 그만인 대상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옳다고 믿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린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와는 반대로 눈앞의 소소한 이익을 위해 부당함을 취한다면 “너 자신을 알라.”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철학적 화두를 날린 인생 선배에게 좀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우리가 옳게 살기 위해 목숨을 바쳐 투쟁할 필요까지도 없다. 

 

테스형 말대로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면 안 하면 된다. 나설 필요도, 적극적일 필요도 없다. 부당하고 부정한 이득을 취하지 않음으로 소극적인 미덕인 청렴을 스스로 이루는 것, 소크라테스는 분명 그 얘기를 해주고 싶어했을 거다.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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