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이소민 기자] 미국이 낙태권을 두고 분열되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 문제가 새로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지 하루 만에 켄터키·루이지애나 등 7개 주에서 낙태금지법이 본격 시행됐다. 7개 주를 포함해 최소 26개 주에서 낙태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에서 ‘불법 낙태’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26일(현지시각) 미 CBS 방송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9%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였다. 또한 58%는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했고 42%는 반대했다. 이번 설문은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한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더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은 낙태 문제를 올해 중간선거 핵심 쟁점으로 삼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간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측 연방의회, 주(州) 정부, 주의원 후보들은 일제히 이 문제를 최전방의 이슈로 부각하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한 체리 비슬리는 "우리는 헌법의 권리를 위한 분수령의 시점에 직면해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향후 낙태권 존폐 결정이 각 주 정부 및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는 만큼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해야만 낙태권 보장을 위한 연방 차원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이른바 ‘스윙 보터’로 통하는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결집을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법원 판결이 중간선거 경쟁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공화당에선 낙태 판결이 일부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맹점인 경제 이슈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공화당의 선거운동 전문가인 존 브라벤더는 WP에 "보편적 이슈는 경제에 대한 우려"라면서 "이것이 다른 어떤 이슈보다 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서맨사 블록 공화당 의회선거위원회 대변인은 "유권자의 가장 큰 우려가 인플레이션, 치솟는 범죄, 국경지대의 재앙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 내 혼란은 불가피하다. 낙태 규제가 주별로 달라짐에 따라 원정 시술, 무허가 불법 시술 등이 횡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이 낙태를 위해 주 경계를 벗어날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일 가능성도 크다.
미 구트마허연구소는 미국 내 50개주 중 26개주가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지애나 등 일부 주는 즉각 낙태 금지 조처를 단행한 상태다.
앞서 JP모건체이스, 아마존, 애플 등 원정 낙태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부 주 정부나 의회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의 후폭풍이 미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여러 주(州)에서 낙태약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병원에서 낙태 시술이 불법이 되자 낙태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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