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심을 먹고 들린 카페에서 예쁘게 꾸며진 칠판을 봤다. 칠판에 적힌 문구는 4글자뿐이었다.
노키즈존.
젊은 직원에게 물었더니 아이들의 소란이 다른 손님들에게 민폐니까 어린이 출입이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커피가 더 쓰게 느껴졌다.
이웃의 정이 끊긴지 오래라지만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어린이에게 야박한 세상이 되었다니.
건축물에는 BF 인증 제도가 있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건축시설의 이용과 이동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 설계 단계부터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다.
대상은 공동주택, 공공건물, 공공이용시설 등이며 인증을 받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2015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됐을 때 어떤 건축주는 BF 인증 제도를 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고 담당자들은 귀찮은 일이 생겼다고도 했다.
하지만 어른 중 대다수는 평균 130cm인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시선으로 건축물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눈에 수많은 계단은 가파른 에베레스트 산맥이며, 어른들 키에 맞춰진 세면대는 백록담과 다를 바 없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거나 의무를 다 할 수 없는 상황인 어른에게 시민이 아니라고 하지 않듯이 어린이도 한 명의 시민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BF 인증이 시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거나 복잡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다.
누군가는 세계에서 제일 높거나, 만들기 어렵거나, 자재가 비싼 건축물을 잘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면 60cm에 낮게 설치된 자동문 버튼을 누르고 뿌듯하게 문을 통과하는 어린이를 본 적이 있다면 생각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지난 5월 5일은 어린이날 100주년이었다.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라 했다. 더 많은 서귀포시의 건축물이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친절한 예스키즈존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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