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공무원의 요소 중 하나는 친절이라고 항상 들었던 것 같다. 신규 공무원인 시절에는 친절이 과연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전에 무작정 웃고, 무작정 목소리 톤을 높여 밝고 친근감 있게 행동을 하면서, 나는 친절하게 민원인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이상한 게 퇴근을 하고 나면 너무나도 피곤한 것이었다. 업무가 그렇게까지 과중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도 피곤하게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던 중, 내 체력이 문제라고 생각해 운동을 시작하였다. 처음 수영부터 시작해서 필라테스 그리고 요가까지 했는데, 계속해서 피곤함은 나를 떠나질 않았었다. 운동을 끝낸 후에 시원함은 잠깐이었고, 다시 출근하면 피곤하였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그냥 출근하기가 싫은가 보다, 하고 대충 마무리를 해 출근하고, 억지로 모든 에너지를 끌어 올렸다. 민원인을 대응하면서 밝지 않으면 안 되니깐 말이다!
어김없이 퇴근해서 요가원을 가서 요가를 하는데, 유독 안되는 자세가 있었다. 잘 안되니 괜히 짜증이 나고 몸에 힘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 그 때, 선생님이 ‘자기 자신을 학대하지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멈추고 이제 자기 신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순간에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느낌을 어떻게 보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계속해서 요가원을 갔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욕심 내지 않았다. 오늘 할 수 있는 자세까지만 하고, 근육이 찌릿한 느낌과 찢어질 듯한 느낌을 그냥 느꼈다. 호흡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 나갔다. 그 순간 다리 근육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신기했다. 분명 힘이 바짝 들어가고 너무 아팠는데 말이다. 나중에 명상 관련 책을 읽고 나서 는 그게 알아차림이었구나 싶었다. 명상에서는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 생각, 감정을 편견 없이, 판단 없이 알아차리라고 한다. 그 이후 호흡에 집중하면 몸과 마음이 이완돼 편해진다고 한다.
일하다 보면, 짜증과 화와 같은 감정들이 올라올 때가 있다. 유독 바빠 정신이 없어 짜증이 나는 날도 있고, 나에게 갑자기 화를 내는 민원인을 만나 대응을 해야 하는 날도 있다. 그 순간에는 항상 나는 내가 짜증이 나려고 한다거나, 화가 난다는 등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무시하고 억눌러 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이 올라올 때면 인지하려고 했다. ‘ 짜증이 나려고 하는구나. 화가 나려고 하는구나.’ 그러고 나서 나의 호흡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면 감정들이 조금은 괜찮아졌고, 나 또한 평정심을 갖게 돼 업무를 다시 이어 나갈 수가 있었다. 화를 내는 민원인을 만났을 때는 여전히 대응하기가 어렵지만, 상대가 불안하고 두려워 화나는 감정이 올라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마음이 이해될 때가 전보다 많아졌다.
여전히 나는 피곤하다. 그래도 전보다는 나에 대해 알아주려 하고 내 안에 일어나는 것들을 억누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전보다는 피곤함을 덜 느끼는 것 같다. 민원인을 대할 때 또한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것 같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자 하고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알고자 하고 자신에게 먼저 친절을 베풀면 상대에게 베푸는 친절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 같다. 우리 모두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먼저 친절하려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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