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이주원 기자] “지금까지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면 이제는 더 긁어봐야 하는 복권이라고 생각한다.”
FC안양 입단 3년 만에 감격의 데뷔전을 치른 김태훈이 자신을 ‘긁지 않는 복권’으로 표현했다. 안양은 2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3리그 천안시축구단과의 2021 하나은행 FA CUP 2라운드에서 5-1 대승을 거두며 3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김태훈에게는 이 경기가 자신의 안양 데뷔전이었다. 강릉문성고와 영남대를 거쳐 2019년 안양에 입단한 그는 이 날 FA컵 경기 전까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안양에는 정민기, 양동원 등 좋은 골키퍼 자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제 3의 골키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안양 입단 동기인 조규성, 맹성웅 등이 소속팀과 연령별대표팀에서 승승장구했지만 김태훈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기다림이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고 때로는 조급한 마음도 들었지만 김태훈은 기회가 올 때까지 침착하게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마침내 FA컵 2라운드를 통해 기회를 잡는데 성공했다.
김태훈은 경기 후 “시원하게 승리해서 팀적으로는 매우 기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실점을 하지 못했고 경기력 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보여 아쉽다.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상황 인식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제 첫 경기를 뛰었지만 앞으로 욕심을 내 경기를 더 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양은 김태훈의 안정적인 선방을 바탕으로 천안을 몰아붙였다. 공수 양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상대를 압박했다. 100%의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김태훈은 팀이 기록한 1실점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그는 “경기장에 나가기 전 동료들과 ‘쉽게 하자’는 말을 했는데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태훈에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지난 2년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수성도 감안해야하지만 사실 프로 선수가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김태훈은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같은 골키퍼 동료인 양동원, 정민기 선수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장점을 조금이나마 흡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최익형 골키퍼 코치님에게 훈련도 많이 받고 질문도 많이 했다. 코치님께서 사소한 것부터 잡아주시면서 가르쳐주셨다. 앞으로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기회가 온 만큼 김태훈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천안전에 임했다. 그는 “나에게는 정말 간절한 기회였다. 데뷔전을 치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꿈같았다”며 “이런 기회를 주신 이우형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응원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천안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지만 다음 기회는 언제 주어질지 모른다. 김태훈은 다시 경쟁의 무대에 서야 한다. 그는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경기력에 대한 부분을 채워가도록 하겠다. 경쟁 구도에 계속 합류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력으로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 라이브 방송에서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만, 나는 나를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경기에서 긁었지만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아직은 더 긁어봐야 하는 복권인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