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된 이후로 특정 벨소리가 들릴 때마다 흠칫 놀란다. 한 달에 2주는 찾아오는 당직 근무 탓이다. 주 당직자와 보조 당직자가 2인 1조로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기 위해 주 당직자는 당직폰(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받는 휴대폰)을 들고 퇴근한다. 당직자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기에 당직 근무 내내 언제 벨소리가 울릴까 신경이 곤두서있다.
신고 접수된 사례 중에는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 부모 사이 갈등에 의한 경우가 적지 않다. 행위자인 부모를 만나보면 “애가 버릇이 없어서 내 자식 내가 훈계한 거다.” “엇나가는 애를 방치해서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 “가정사에 자꾸 참견하니 애랑 사이가 나빠지고 가정이 파탄 나고 있다.” 등 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그런 부모를 설득해 가며 조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에서 범죄 혐의가 없다며 종결한 사건을 조사할 때는 더 힘이 든다. 아동학대 ‘범죄’ 혐의는 없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가 필요한 아동학대 사례인지를 판단해야 하기에, 종종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죄 없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며 취조하는 사람’이 된다. 그분들께는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진술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사실보다 당장의 불쾌함이 우선인 것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한다.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내 자식이기 때문에 폭력을 가해서라도 단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유독 ‘훈육’을 이유로 자녀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해서만 인식이 관대하다. 2021년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은 폐지되었고, 폭력은 폭력일 뿐 정당화될 수 없다.
내가 처음 출동한 현장에서, 피해 아동이 그곳에 와준 어른들에게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이는 이전에 어떤 비행을 저질렀든, 부모에게 버릇없이 굴었든, 무슨 이유가 있었든, 어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연약한 아동일 뿐이었다.
아동학대는 근절되어야 하고, 어른은 아동을 지켜야 한다. 그 가장 최전선에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오늘도 힘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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