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소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미 지어진 집을 매입할 수도 있지만, 직접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일생에 한 번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하면서도 큰 일이다.
그동안 꿈꿔 오던 집을 지으려는데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건축과 관련된 수 많은 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모두 지키며 건축허가를 받는 다는 것은 너무나 생소하고 녹록하지 않다.
그러다 보면 건축허가를 하는 직원들에게 뭔지 모를 의심과 불신을 품게 된다. 법령에 근거하는 사유가 있음에도 건축과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담당직원이 업무를 소홀히 하여 건축허가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는 신고를 아직도 받곤 한다.
이제 갓 시작한 공직자들은 당황하여 잘못이 없음에도 자책한다. 위축된 후배 공무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후배야 조선시대 왕자도 건축법을 어길 수 없었단다.
홍흥은 조선 성종 때의 관리다. 어느 날 왕자 하나가 집을 짓느라 대규모 건축을 벌이고 있었다. 그 왕자가 짓는 규모의 집이 어마어마해 홍흥도 이 소문을 듣고 찾아가 집을 짓는 도목수를 불러 말했다.
“집을 짓는데는 간수와 치수가 정해진 법도가 있으니 아무리 왕자라 하더라도 법률이 넘는 집을 지을 수는 없다. 그러니 네가 죽기 싫거든 아예 지나치게 짓지를 말라.”
‘간각지수의 법칙’에 따라 지나치게 호화로운 집을 짓는 것을 나라의 법으로 막았기에 홍흥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왕자는 자신이 비록 조선의 왕자라 하더라도 나라에 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도목수를 보내 ‘긴 것은 끊고 간수가 넘는 것은 모두 헐어 법을 범하지 않겠다’며 홍흥에게 사과하였다.
건축허가자인 홍흥은 건축주인 왕자와 시공사인 도목수에게 건축법을 지키라고 한 것이다. 건축허가를 하는 공직자도 건축주의 지위 높낮이와 상관없이 오직 법에 근거해 업무를 처리한다. 법은 사회의 함의이며 시민들과의 약속이다. ‘그러므로 후배야 너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로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다.
시민들과의 약속에 토대는 신뢰에 있기에, 서귀포시 홍흥들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서귀포시민과의 신뢰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 믿어본다.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