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빅스텝’을 밟은 가운데 예금 금리가 5%에 육박하면서 자금이동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들이 빠르게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3개월 만에 또다시 단행하자 이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은 최고 0.8%포인트, 적금은 최고 0.7%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예금은 0.5%포인트, 적금은 최대 0.7%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13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올렸다.
이에 4%대 중반대 예금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금리가 높은 것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 예금'이다. 우대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연 4.70% 이자를 제공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코드K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4.60%로 올렸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SH수협은행 등에도 4.5%대 상품이 등장했다. 적금 상품도 연 6%대 상품(전북은행, JB카드 제태크 적금)이 등장할 정도다.
자금 유치가 시급한 저축은행들은 더욱 공격적인 상품을 내놨다. 예가람저축은행의 'e-정기예금'(5.15%)에 이어 동원제일저축은행(5.10%), 한국투자저축은행(5.10%), 동원제일저축은행(5.10%), HB저축은행(5.00%) 등 5%대 이자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적금 상품 금리도 최대 6%(6개월 기준)까지 제공 중이다.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 이동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날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전월보다 36조4000억원 늘어났다. 이중 정기예금 증가분만 32조5000억원에 달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들어 이같은 추세가 더욱 힘을 붙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이달 들어 열흘 남짓 만에 50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지난 12일 기준 811조8041억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 예·적금 잔액이 8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기 속 금융사들의 수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은의 빅스텝 이후 수신금리 인상 폭과 속도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