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 수리남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법적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외교부 당국은 아직 수리남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수리남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알베르트 람딘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BIBIS) 장관은 13일(현지시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언급하며 "제작사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람딘 장관은 드라마 '수리남'이 자국의 마약 범죄조직 두목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동시에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수리남 정부는 제작사에 대한 법적 조치와 더불어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대사를 통해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은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인 여러분께서 드라마 '나르코스 세인츠'('수리남'의 영어명) 방영 여파로 많이 곤혹스러울 것으로 짐작된다"며, "여러분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수리남 한인사회 대상 안전공지'를 띄워 사실은 드라마 '수리남'이 수리남 현지 여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대사관 측은 수리남에 체류 중인 우리 교민들에게 "일단 각자 안전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주기 바란다"며, "조금이라도 염려되는 사안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안은 즉시 한인 회장을 통해 연락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당 넷플릭스 시리즈 방영 이후 수리남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며, "외교부는 수리남과의 우호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수리남에는 현재 50여명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와 수리남은 1975년부터 수교 관계를 맺고 있으나 현재 수리남에는 우리 대사관이 없어 주베네수엘라 대사관이 관련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한편 14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수리남'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3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을 비롯해 바하마, 홍콩, 케냐, 모로코,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8개 국가에서는 1위에 올랐다.
배우 황정민이 맡은 전요환이라는 인물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하다 붙잡힌 조봉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조봉행은 1994년 빌라 신축과 관련된 1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수배되자 수리남으로 도피했다. 그가 수리남으로 향했던 이유는 1980년대 선박 냉동 기사로 일하면서 8년 정도 수리남에 거주한 덕에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조봉행은 1995년 한국 여권 재발급을 시도했지만, 지명수배 등을 이유로 실패하자, 수리남 국적을 취득하고 생선 가공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어업회사에 세금없이 제공되는 면세유를 돈을 받고 밀매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었다. 이마저도 유가 상승, 단속 강화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자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 '칼리 카르텔'과 함께 마약 사업을 시작했다.
조봉행의 마약 사업은 갈수록 커졌고, 2005년에는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7월 브라질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서 A씨와 마약 거래를 약속한 조봉행은 잠복하고 있던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조봉행은 범죄인 인도 결정으로 한국으로 압송됐고, 2011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배준현 부장판사)는 징역 10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출소한 조봉행은 현재 수리남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