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이소민 기자]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선거 이틀 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유세 중 피습으로 사망한 사건이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
11일 NHK에 따르면 참의원 125석을 놓고 전날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63석,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13석으로 76석을 얻어 대승했다.
참의원 전체 의석 수는 248석이며, 의원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로 바뀌지 않는 기존 의석 수를 포함하면 자민당은 119석, 공명당은 27석으로 여당이 전체 146석을 차지하게 됐다.
제1야당인 입헌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3석을 얻었다. 일본 유신회 12석, 국민 민주당 5석, 일본 공산당 4석, 레이와신센구미 3석, 사민당 1석, NHK당 1석, 참정당 1석, 무소속 5명 등이다. 여당과 유신회와 민주당 등 개헌세력을 합해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 2를 넘었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당일 밤 방송에 출연해 “(개헌) 발의를 위해 3분의 2 결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투표율은 52%(NHK 추정 52.16%)를 넘어 2019년 참의원 선거(48.80%)를 웃돌았다. 투표율 50% 이상은 2016년 참의원 선거(54.70%)에 이어 두 번째다. 참의원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5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2019년에는 역대 최저인 1995년(44.52%)에 이어 40%대로 저조했었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인 고물가와 사상 최저인 엔화 등 경제 문제와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 등 안보 위기가 선거의 주요 초점이었다. 이에 일본 정치·사회의 우경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커진 지정학 불안 속에 한일 관계, 대(對) 중국 문제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요미우리는 “이웃 한국, 중국과의 간극이 깊어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양국과의) 대면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중 관계가 올해 9월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지만 오키나와현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중국함의 영해 침입이 보통의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민당 등 개헌지지 세력이 개헌통과선을 확보하면서 아베 전 총리가 ‘필생의 과제’로 추진하던 헌법 개정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구체적으로 발의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의원 선거 이후 자민당이 추진하는 일본 방위력 증강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민당은 향후 5년 이내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 현재의 2배로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폐기하고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종 현안에서 아베파와 물밑에서 갈등했던 자민당 내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자민당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해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오전 11시경 나라시(市) 야마토에서 대중 연설을 하던 중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쏜 산탄총을 맞았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이날 오후 5시3분 공식 사망이 확인됐다. 사인은 과다출혈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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