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사명, 아니 숙명은‘청렴’과‘친절’이 아닐까!
해마다 셀 수 없는 평가와 순위 공개, 시책들이 쏟아지지만 시민들 앞에 우리는 늘 부족하고 송구스럽다.
공직을 시작하던 1990년대도‘친절’은 공직사회의 화두였다. 친절 분위기 조성을 위한 친절사례 발표회에서 동사무소 민원업무를 담당하던 나는 수상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친절공무원이란 타이틀이라도 거머쥔 듯 어깨도 으쓱 올라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쓰리아웃제’란 시책에 난 그만 쪼그라들고 말았다.
어느 늦은 오후 방문한 민원인은 민원서류 신청 자격이 없는데도 발급해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민원탁자를 주먹으로 마구 내려쳤다. 공직 경력이 짧았던 나는 콩콩 뛰는 가슴으로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도청 민원실 신문고함에 불친절 공무원으로 제출되고 레드카드란걸 받은 건 불과 며칠 뒤였다. 레드카드를 세 번 받으면 공직사회에서 아웃되어 ‘쓰리아웃제’라는 선배님의 설명은 사회초년생 나를 공포에 떨게 하였고 도대체 납득되지 않는 불친절함은 오랫동안 억울함으로 기억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날마다 다짐하는 친절은 뿌듯함과 보람으로 때론 어찌해볼 수 없는 낭패감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길잡이였던‘수학의 정석’처럼 우리에게도‘친절의 정석’이 있다면 우리의 난제(難題)‘친절’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까!
오늘도 민원 응대에 고개 숙이며 고단한 공직자들을 본다. 가려운 데를 콕콕 알아서 긁어주는 일 처리가 아쉬워 잔뜩 뿔이 난 민원인들도 대면한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상대를 헤아리는 친절, 자만하지 않는 겸손한 친절, 정답은 못 되어도 정답을 향한 풀이과정은 되어 줄 터이다.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