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선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더 많아지면서 건선 증상이 쉽게 나빠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인 것. 햇빛을 보는 시간이 줄어든 데다 실외보다 따뜻한 실내 공기로 피부가 건조해지면 증상의 악화로 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건선은 붉은 반점과 하얀 인설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그리고 두피, 팔꿈치, 무릎 등 전신에 발생하며 일상에 불편함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삶의 질을 저하하는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건선은 증상이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며 유발 요인에 의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큼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선 환자는 대략 1.5~2%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4%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지만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건선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이에 건선을 전염병으로 오인하거나 유전되는 질환이라 여기기도 하지만 건선은 전염되지 않으며 유전적 소인보다 환경적인 요소가 더 큰 영향을 준다. 이 같은 사실은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 세계 건선 학회에 발표한 한국인의 건선에 관한 포스터 논문에 따르면 국내 건선 환자의 90% 이상이 가족력이 없었다. 반면 음주나 흡연을 비롯해 수면장애와 건선에 해로운 식습관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건선 피부염이 발생하거나 악화한 사례가 많았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건선 환자 중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사례가 일부 관찰됐지만, 건선을 발현시키는 특정 유전자의 존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 내에 건선 환자가 한 사람 이상인, 소위 ‘가족력’을 가진 환자도 있지만 100명의 환자 중 2~3명 정도에 불과하며 특정 가계 내에서 DNA상으로 이뤄지는 유전 때문이 아니라 이전 세대와는 다른 식습관이나 생활 방식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므로 단순히 유전으로 인해 건선이 발병한다고 추정하기보다 가족이 공유하는 주거 환경이나 식생활, 수면 패턴에 문제가 있으면 가족 내에서 연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욱 합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부모 세대에 피부 건선이 없는데도 아이들에게 건선이 나타나기도 하며 부모는 건선 증상이 있지만 장성한 자녀들에게는 건선이 나타나지 않는 등 유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례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실제 식이, 수면, 과로 등 생활 요인들은 건선 증상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데보다 큰 연관성을 지닌다.
건선을 유전적 질환이라 여기고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조기 치료와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식습관과 잦은 음주를 삼가야 하며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등에서 벗어나는 것이 건선 예방과 치료에 중요하다.
(* 이 칼럼은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양지은 박사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