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공무원이 해야 할 일
“따르릉”.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어떤 할아버지다. 나는 자세히 듣는다. 듣고보니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고 알아보고 공부한다면 해결될테지만 사실 내 사무분장표에는 없는 일이다. 사무실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은 어려운 일을 할때가 아니다. 내 업무인지 여부가 애매한 일을 맞닥뜨린 순간이다. 사무분장표에 쓰여진 업무만이 나의 업무일까? 그 표에 문자로 나타나지 않은 업무는 나의 업무가 아닌걸까? 경계는 어디인걸까? 이런 갈등의 상황 속에서 나의 양심은 그것을 하라고 외치지만, 나의 머리는 하지 말라고 한다. 매번 그렇다. 보통 양심이 이기긴 하지만 가끔 머리가 이길 때도 있다. 핑계 댈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무시하거나 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던 것들, 너무 바쁘다고, 이건 내 업무가 아니라고 나를 납득시켰던 것들. 사실은 내가 해야했다. 전화 너머의 민원인은 나에게 전화할 만큼 아쉬운 사람들이다. 절차를 알아보고자 하거나 그러한 정보에 가까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모든 것이 알아서 진행되는 사람들은 나의 사무실에 전화하지 않는다. 규정을 들먹이며 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적도 있다. 조금만 더 해결해보고자 노력하고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