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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스포츠이슈


실패를 딛고 제 2의 인생 연 강성주 해설위원 “누군가의 희망되고파”

 

[제주교통복지신문 이주원 기자] 성공하지 못한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고 있다. 강성주 축구해설위원의 이야기다.


K리그, K3리그, K4리그, FA컵 등 국내축구의 여러 현장에서 축구해설을 하고 있는 강성주 해설위원은 현재 8천 8백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KFATV_K3 K4리그’ 유튜브 채널에서 ‘강프로’라는 닉네임을 달고 메인 MC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에 열린 K3·4리그 시상식, 올해 2월 초에 열린 FA컵 대진추첨식 등 각종 KFA 행사의 MC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성주 해설위원은 대학 시절까지 선수 생활을 했고 한 때 유럽 진출을 꿈꾸기도 한 축구유망주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수로서의 성공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원하던 길을 가지 못하게 됐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두드린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정말 얌전히 지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리그가 축소 운영됐음에도 여러 현장에서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녔다. 올해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열심히 현장을 다닐 계획이다.


‘KFATV_K3 K4리그’ 유튜브 채널의 메인 MC로 활동한지 벌써 3년 차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 갈수록 책임감이 쌓이는 것 같다. 우리 채널이 구독자 수가 대단히 많지는 않지만 지난 2년간 차곡차곡 콘텐츠를 쌓아올리다 보니 초창기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다. 무엇보다 K3·4리그 현장에 나갔을 때 선수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줘 감사하다.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들, 팬들도 저를 보면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사실 우리 채널의 목표는 선수들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저한테 고맙다고 하는 게 오히려 주객전도 같아 민망하다(웃음). 내 목표는 지금보다 K3·4리그 선수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축구해설위원이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해 대학(호남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호남대에서 뛰던 시절에는 FA컵에도 출전했었다. 이후 유럽 진출을 하고 싶어 무작정 크로아티아로 건너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동시에 부상이 겹치면서 축구를 일찍 그만두게 됐다.


은퇴 후 축구 에이전트 일을 시작했다. 이 업계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고민하던 중 축구해설위원 병행을 생각하게 됐다. 평소 해설위원이라는 직업에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해설위원이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우연히 기회를 잡아 해설위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축구해설위원을 병행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초반에는 그저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만 한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띄는 정보를 발견했는데, 바로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진행하는 ‘은퇴선수 재사회화’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이 정보를 발견했을 때는 1기 모집이 끝난 상태였다. 1기 모집이면 2기 모집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기다렸다. 한 6개월 정도 기다렸더니 마침내 2기 모집 공고가 뜨더라. 바로 신청했고 운 좋게 교육을 듣게 됐다.


물론 교육을 듣는다고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경우에는 운이 좋았다. 교육을 통해 알게 된 한국실업축구연맹(해체)의 관계자를 통해 내셔널리그(해체)의 해설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방송 종사자들과 자연스럽게 연이 닿으면서 조금씩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강성주 해설위원은 ‘KFATV_K3 K4리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선수들을 빛낸다.


지금의 거침없는 입담은 연습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타고났는지 궁금하다.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도 경기 중계를 하고 오면 내가 중계했던 경기는 반드시 모니터를 한다. 실수가 있으면 다시 되새기고 넘어가야 마음이 편하다. 학창시절 축구를 하느라 공부는 담을 쌓고 살아서 그런지 매사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고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타고 난 부분도 약간은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에게 ‘발표를 잘한다’,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방송에 들어가기 전 해야 하는 루틴이 있는지?


거창한 루틴이 있는 건 아니지만, 메모에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라이브 중계 시 메모해놓은 걸 읽으려고 하면 오히려 꼬인다. 축구 중계방송은 대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니 메모에 너무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전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경기 전날까지 양 팀과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빠짐없이 외운다. 그리고 당일 현장 가는 길에 마치 몸을 풀 듯이 입을 풀면서 간다. 때로는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을 보면서 교통 상황을 중계하기도 한다.


목 관리도 요즘은 신경 쓰고 있다. 목이 상하면 방송 모니터를 할 때 상당히 거슬리더라. 그래서 중계방송이 있는 전 날에는 잠자기 전 목에 따뜻한 수건을 감싸는 등 최대한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팬들의 반응을 다양하게 접할 텐데?


(팬들의 반응은) 감사할 일이다. 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시는 거니까. 과거 연차가 덜 쌓였던 시절 해외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굉장히 욕을 많이 먹은 적이 있다(웃음). 사실 나는 해외축구에 생각보다 관심이 많지 않다. K리그, K3·4리그, FA컵, U리그 등 국내축구의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국내축구는 즐기면서 본다면 해외축구는 그야말로 일(Business)이었다. 재미있지 않았고, 흥미도 없었다. 마치 벌 서는 느낌으로 해외축구 중계를 준비했던 것 같다. 스스로 신이 나지 않으니 실수도 많이 했고 당연히 팬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던 기억만 난다.


최근 K리그 등 국내축구 중계를 하면서도 팬들의 반응을 다양하게 접한다. 좋은 반응도 있지만 불만도 종종 접한다. 이것 또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무관심보다는 나은 것 같다. 매번 팬들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나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중계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떤 해설자가 되고 싶은가?


선수로 성공하신 선배들 중에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처럼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어도 축구해설위원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성공하지 못한 축구 후배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 비주류도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과거 ONSIDE에서 이주헌 해설위원의 인터뷰(2016년 3월호)를 본 적이 있다. 기사 제목이 ‘실패마저 즐긴 남자’였는데 그 인터뷰를 보면서 굉장히 큰 힘을 얻었다. 이주헌 해설위원도 실패한 축구선수였지만 이를 딛고 또 다른 축구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많이 얻었다.


꼭 축구해설위원이 아니어도 좋다.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어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후배들이 나를 보며 느꼈으면 좋겠다. 너무 큰 꿈일 수도 있겠지만, 축구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내 자신이 아직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꼭 그렇게 하고 싶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국내축구를 좋아하지만 특히 K3·4리그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해 K3·4리그가 새롭게 출범했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팬들이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한 게 아쉽다. 직접 보면 리그의 수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올해는 프로 B팀이 참가하고 젊은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면서 리그의 수준이 한층 더 상향될 것이라 생각한다. 팬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면 더 재미있는 리그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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