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이소민 기자] 지난 20일 대구 달성군 죽곡 정수사업소에서 저류조를 청소하던 인부 한 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경우 원청인 상수도사업본부는 물론, 대구시까지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관리하는 달성군 죽곡정수사업소에서 저류조를 청소하던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시안화수소(청산가스) 중독으로 숨지고 구조에 힘썼던 공무원 2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밀폐공간은 산소결핍과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를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분해되기 쉬운 물질이 들어있는 맨홀 등 18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밀폐공간에서 벌어지는 질식사가 빈번한 만큼 사업주는 밀폐공간 내 근로자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수사업소 사고로 숨진 인부 또한 호흡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면 법 시행 이후 공공분야에선 처음으로 적용되는 사례로 기록된다. 법조계에선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 정도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수립 및 적합성 정도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는 "중대 재해를 막을 만한 구체적 안전보건체계가 있었느냐, 혹은 없거나 미흡했느냐가 (혐의 적용에 있어) 쟁점이 될 것"이라며 "만약 체계가 갖춰진 상태라면 일반적인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 적용 범위도 관건이다. 만약 법이 적용될 경우 원청인 상수도사업본부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판단에 따라서는 더 상위 기관인 대구시에도 수사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천 변호사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고, 어떤 혐의를 붙여 기소하느냐 따라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관의 직접 공사 혹은 용역 사업에서 일종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조례에 따라 대구시 직할 공기업인 상수도본부는 예산과 인사 조직 자체를 대구시장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기소 대상이 될지도 쟁점"이라고 말했다.
강수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담정)도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지만, 원청 책임이 문제 될 때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상시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검찰과 고용부의 조사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여러 의무를 불이행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법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사고 이튿날인 21일 고용노동부는 대구시와 상수도사업본부, 해당 하청업체 등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는 정화조에서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수소가 만들어진 경위와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혐의를 확인하면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해당 사건과 더불어 여름철 밀폐 공간 사업장 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매년 여름철마다 밀폐 공간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질식 사고가 잇따르고 치사율도 높지만, 안전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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