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최효열 기자] 오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어머니의 폭행으로 숨진 아들의 사건을 집중 조명한다.
지난해 8월 28일,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C사찰에서 36세 남성 김수혁(가명) 씨가 사망했다. 사인은 신체 내 과다출혈로 인한 ‘속발성 쇼크’. 사찰 내 CCTV에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않은 채 전신을 2,000회 구타당하다 몸이 고꾸라지는 수혁 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2시간 반에 걸쳐 이어진 폭행. 쓰러진 후 1시간 동안 방치되었던 수혁 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토록 장시간 구타를 지속하고 쓰러진 수혁 씨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범인은 다름 아닌 어머니 박미숙(가명) 씨였다. 사건이 있던 그 날, 어머니는 아들을 훈계하기 위해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 씨는 무슨 이유로 36살이나 된 아들에게 그토록 심한 매질을 했던 것일까? 또 아들 수혁 씨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임에도 왜 65살 노모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사람을 너무 잔인하게 죽였기 때문에. 그것도 제 엄마가. 개도 그렇게 못 죽이는데."
- 수혁 씨 아버지 -
사건이 발생하자 가장 놀란 건 수혁 씨의 아버지였다. 아버지 김명환(가명) 씨는 성인이 된 아들이 회초리를 맞다가 숨진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아내가 아들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 아버지는 이 사건의 책임이 아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C사찰에도 있다며, 제작진에게 C사찰에 대한 의혹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버지가 보인 증거는 수혁 씨가 썼다는 자술서였다. 11장의 자술서는 수혁 씨가 C사찰에 머물며 저질렀다는 비행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것은 어머니 박 씨가 아들을 훈계하며 때린 이유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술서의 내용이 말도 되지 않는다며, 주지를 비롯한 C사찰의 관계자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74일간의 사찰 생활, 그리고 남겨진 자술서
"얘 하나 때문에 절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자술서 썼던 것 보여주고 데려가라고 했어요, 스님이."
- 수혁 씨 어머니
아버지의 주장에 대해 어머니 박 씨는, 아들의 죽음은 C사찰과는 관련이 없고 온전히 자신의 잘못이라고 설명한다. 직장 생활과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수혁 씨. 그런 아들의 병을 나아지게 하려 사찰에 머물게 했을 뿐, 오히려 이런 아들을 보살펴 준 사찰이 고맙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자술서에 써 놓은 잘못들을 보고, 혼낼 수밖에 없었다는 어머니 박 씨.
수혁 씨가 사찰에서 머물던 74일 동안,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혁 씨가 썼다는 자술서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갈취, 성추행, 자해의 자백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어머니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등의 계획까지 적혀있었다. 이 자술서의 내용은 정말 사실인 걸까? 수혁 씨는 왜 이런 자술서를 C사찰에서 쓰게 된 것일까?
굳게 닫힌 C사찰의 문, 그리고 탄원서
사건 발생 이후, C사찰 관계자들은 수혁 씨의 죽음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고, 사건 장소만 절 내부일 뿐,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고, 이웃 주민들도 잘 모른다는 C사찰. 이곳은 어떤 사찰일까? 제작진의 확인결과 C사찰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이 아닌 ‘선조계종’이라는 종단 소속의 사찰이었다. ‘선조계종’ 담당자는 등록비를 받고 승적을 내줬을 뿐, C사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답했다.
제작진이 C사찰 관계자를 만나 입장을 확인하고자 노력하던 중,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C사찰의 주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수혁 씨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C사찰을 압수 수색하자, 주지는 수사기관이 사건과 무관한 자신의 사생활까지 파헤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주지는 수사에 협조해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일 대신,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큰 스님께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과 고인의 명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올바른 판결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C사찰 신도 탄원서 일부 -
수혁 씨를 숨지게 한 어머니 박 씨의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부에는 C사찰 신도들의 탄원서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수혁 씨의 아버지는 그들의 탄원서가 피고인인 아내 박 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숨진 주지에 대한 것이라 의아했다고 한다.
주지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했던 C사찰 신도들의 탄원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건 당일, 굳게 닫힌 C사찰 안에서 사건을 목격했던 많은 신도는 어머니 박 씨의 폭력 행위를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지와 입을 굳게 닫은 그 날의 목격자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버지의 의심과 달리 C사찰과 수혁 씨의 죽음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
진실의 실마리... 또 다른 자술서와 녹취
C사찰에 대해 취재 중, 제작진은 수혁 씨 사망사건 1년 전인, 2019년에 C사찰에서 자술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는 신도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가 작성한 자술서의 내용도 수혁 씨의 자술서와 유사하게 패륜적 행각에 대한 자백을 담고 있었다.
지금은 C사찰을 떠났다는 그는 자술서의 내용은 거짓이고,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며 숨진 수혁 씨도 같은 경우일 거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C사찰에서 지냈다는 그의 이야기는 사건의 진실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그에겐 무슨 일었던 것일까?
"저거 쓰면 연 끊어주겠다. 그래서 각서를 썼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처음 뵌 PD님이 더 제 가족 같아요."
- 또 다른 자술서 작성자 -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던 제작진은 또 다른 단서도 얻을 수 있었다. 어머니 박 씨의 대화가 담긴 여러 개의 녹음 파일. 그 대화 상대는 바로 C사찰 주지와 주지의 아내였다. 사건 발생 이후, 이들은 어머니 박 씨와 하루에 한 번씩 통화 약속을 한 듯 보였다. 자신들은 사건과 관계가 없다던 C사찰 주지와 그의 아내가 어머니 박 씨와 지속해서 통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어머니 박 씨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건의 핵심인 아들의 자술서 분석, 최초로 공개되는 어머니의 녹음 파일 및 어렵게 만난 제보자 취재 등을 통해 C사찰 사망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한편, 무분별하게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유사 조계종 종단 및 개인사찰의 사후 관리에 허점은 없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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