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상(風霜)이라 한다. 바람과 서리라는 겉의 뜻과 달리, 속뜻은 세상의 모진 고난을 의미한다. 서귀포시에는 105개 마을이 있다. 한 개의 마을이 생기고 그 삶을 이어가는 것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의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는 구절처럼 다양한 풍상을 겪어낸 결과다. 하지만 마을의 삶은 늘 역동적이라 조용할 날이 없다. 늘 문제와 갈등은 생겨나고 없어지며 마을의 땅을 다진다. 필자는 유독 마을, 주민자치 등 자치행정 업무를 오랜 기간 했다. 많은 마을을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주민들의 건의나 민원(民願)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많은 건의가 제도와 절차, 그리고 예산이 필요하여 매번 그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건의된다. 이러한 민원들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숙원(宿怨)이라는 이름으로 고착된다. 필자는 이 숙원사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래, 지역의 문제와 현안 등에 대한 주민의 직접 참여와 자기 결정권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현재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대표적인 제도가 주민자치 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민자치 위원회 제도는 시행 후 20년이 지났다. 주민자치 위원회가 주민의 자기 결정권이나 직접 참여에 대하여 제대로 작동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주민자치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왔고, 이를 통하여 주민들의 의사가 행정에 반영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주민자치 위원회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하여 주민자치회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자기 결정권의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제주자치도에서도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 개선과제에 주민자치회를 포함하고 현재 국회에 법 개정안이 요구만 되어 있는 상황으로 2023년~2024년 주민자치 위원회는 현행 제도에서 주민자치 위원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서귀포시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 조례’에 따라 주민자치 위원이 되고자 하면 필수적으로 4시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