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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이해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이해








                                                                                                          지역경제과 지역경제담당 강 경 필


  해마다 물가 상승 관련 기사가 단골메뉴로 등장하곤 한다. 채소와 과일, 육류 등 농축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했는데 소비자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며 지표물가의 신빙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여기서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농축산물 가격과 소비자 물가, 그리고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460개 대표 품목에 대한 평균 가격이다. 이들 품목에 대한 단순 변동률이 아니라, 가구에서 지출하는 비중을 분석해 품목별 가중치를 적용한다.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6.6%다. 지난 1985년 23.6%에 비해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30년 전과 비교해도 쌀은 7.91%에서 0.52%로, 배추는 0.87%에서 0.12%로, 무는 0.36%에서 0.06%로 크게 줄었다. 닭고기 역시 0.54%에서 0.16%, 계란도 0.79%에서 0.24%로 비중이 작아졌다.


  이는 휴대폰 관련 비용 4.65%, 석유류 4.66%, 월세 4.36%와 비교 해봐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 중   휴대폰에 12만원을 지출할 때, 배추에 3,000원, 쌀에 1만3,000원 정도를 지출하는 셈이다. 시대의 변화로 소비패턴이 달라지면서 농축산물 가격상승이 가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농축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오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를 인식한다. 학생이 많은 가구는 교육비에, 세입자들은 전·월세 가격에 민감해진다. 또 물가 가중치가 비슷한 무와 청소기·손목시계를 놓고 볼 때, 청소기와 손목시계 가격이 내리고 무 가격이 오를 경우, 지표물가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무의 구매빈도가 높기 때문에 체감물가는 상승한 것처럼 느껴진다.


  심리적인 영향도 작용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하락한 품목보다 상승한 품목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전체 물가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몇 개 품목이 오르면 심리적으로 물가가 올랐다고 여긴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급등한 일부 품목을 보고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고 인식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배추가격이 전년보다 50% 하락한 후에 올해 가격을 회복하면 배추는 100% 상승, 즉 지난해 가격의 두 배가 된다. 평시 가격을 회복한 배추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 품목처럼 포장된다.


  물가 조사방식이 가구별 지출형태를 일일이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원인이다. 유행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 사교육비나 고가품 소비지출 등은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지표물가는 1개월 전, 1년 전 등 특정 시점과 비교 측정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실제 구매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다양한 보조지표 개발과 가구별 맞춤형 물가지수 제공 등을 통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간극을 최소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소비자 물가,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구성하는 농축산물 가격안정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정책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올바른 이해도 중요하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물가 변동추이와 가중치 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전제돼야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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