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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정치이슈


이은주 의원, 경찰관 특정상병코드 진료자 분석

5년간 자살 경찰 100명 넘어…12만 경찰 마음건강 담당자 1명

 

 

[제주교통복지신문 임의순 기자] 경찰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5년(2016~2020년) 새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경찰이 45% 늘었다. 약물 처방을 하지 않는 정신과 외래상담을 받은 경찰도 31% 증가했다. 이 기간 무려 109명의 경찰이 자살했다. 올해 들어서는 불과 8개월만에 16명의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돌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잦은데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무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직군으로 꼽힌다. 이 같은 업무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정신적인 외상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찰청이 마음동행센터 및 심리상담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경찰관 스트레스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2016~2020년 경찰청과 18개 지방경찰청 및 지방관서, 소속기관(경찰대, 경찰인재개발원, 경찰수사연수원, 중앙경찰학교, 경찰병원) 경찰공무원들이 우울증(F32·F33), PTSD(F431), 보건일반상담(Z719) 등 3개 특정상병코드로 진료받은 인원 수를 분석했다.


Z코드는 현재 정신질환은 없지만 정신과에서 상담이나 건강관리 등 보건서비스를 받을 때 쓰는 코드다.


분석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찰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777명이었던 우울증 환자는 2017년 865명, 2018년 1천4명, 2019년 1천91명, 2020년 1천123명으로 늘어, 5년 새 44.5% 증가했다.


PTSD를 호소하는 경찰은 2016년 24명에서 2017년 21명으로 줄었다가 2019년 46명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38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찰은 같은 기간 163명에서 214명으로 31% 늘어났다.


지역별(지방경찰청 및 경찰서, 지구대·파출소 등)로 보면 매해 우울증과 PTSD를 앓고 있는 경찰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다. 정신과 상담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 역시 서울지역 경찰들이다.


서울지역 경찰 중 2016년 179명이었던 우울증(171명)·PTSD(8명) 환자는 2017년 191명(184명·7명), 2018년 220명(211명·9명), 2019년 226명(210명·16명), 2020년 254명(240명·14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서울 못지않게 소속 경찰들의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곳은 경기남부다.


우울증과 PTSD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경기남부지역 경찰은 2016년 89명(86명·3명), 2017년 113명(109명·4명), 2018년 151명(147명·4명), 2019년 142명(135명·7명), 2020년 161명(159명·2명)으로, 5년 새 81% 증가했다.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도 5년 새 100명이 넘었다.

경찰청이 제출한 ‘최근 5년(2016~2021.8월) 본청 및 시도청별 자살 경찰관 현황’에 따르면 2016년 27명의 경찰관이 자살한 데 이어, 2017년에는 22명, 2018년 16명, 2019년 20명, 2020년 24명이 목숨을 끊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16명의 경찰관이 자살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4명으로 자살 경찰관이 가장 많았다. 우울증과 PTSD,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찰관이 가장 많은 지역도 서울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서울지역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리, 스트레스 관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가 22명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자살자가 많았다. 그 뒤를 경남(12명), 전북(9명), 부산(8명), 인천(8명), 강원(8명), 충북(6명), 대구(5명), 대전(4명), 경기북부(4명), 전남(4명), 경북(4명), 울산(3명), 본청(1명), 광주(1명), 충남(1명), 제주(1명) 순으로 많았다.


모든 자살의 원인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8년 9월 공무원재해보상법이 시행된 이후 인사혁신처가 관리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A지역에선 교대근무 및 직책에 대한 부담으로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경찰이 야간근무 중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B지역에선 음해성 익명 투서가 접수된 후 2개월간 감찰 조사를 받던 경찰이 목숨을 끊었다.


C지역에선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경찰이 강물에 투신 자살했고, D지역과 E지역에서는 경찰관이 각각 파출소와 숙박업소에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모두 직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자살로, A와 B지역 경찰관은 2019년, C지역 경찰관은 2020년, D지역과 E지역 경찰관은 올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각각 순직을 승인받았다.


경찰의 자살예방을 위한 마음건강 증진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부서는 복지지원계다. 복지지원계가 순직, 공상, 마음건강 등 경찰 복지 관련 다양한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 중 마음건강 분야는 경사 1명이 담당하고, 자살 관련 업무는 행정관 1명이 지원하고 있지만, 전국 12만명이 넘는 경찰공무원의 마음건강과 자살 예방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은주 의원은 “5년간 경찰공무원의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경찰공무원의 자살이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살예방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경찰 특화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인력증원은 물론 수직적·위계적인 경찰 내 조직문화 혁신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2014년부터 경찰의 트라우마 전문치유를 위해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병원 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은 2022년 마음동행센터 상담 인력을 확대하고, 민간상담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억7천300만원 증액한 39억3천400만원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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