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임의순 기자] 처방전에 따른 알약 조제료를 내지 않고 다시 가루약으로 조제해 달라는 환자의 요구에 약사가 이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제가 끝난 알약 대신 가루약으로 조제 해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거부한 약사의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ㄱ씨는 2017년 12월경 알약 처방전을 갖고 온 환자 보호자에게 처방전에 따라 알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한 후 조제료를 청구했다.
그러자 환자 보호자는 가루약으로 바꿔 달라고 하면서 조제료를 내지 않은 채 병원에서 가루약 처방전을 다시 받아와 조제를 요구했다.
이에 ㄱ씨가 “알약 조제가 끝났으니 알약 조제료를 먼저 줘야 가루약을 조제해 줄 수 있다.”라고 하자 환자 보호자는 ㄱ씨를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약사법은 약국에서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조제 요구를 받으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2018년 3월 약사 ㄱ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하고,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 ㄱ씨가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7일의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다.
중앙행심위는 약국에서 조제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가루약 조제를 요청하지 않은 환자 보호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알약 처방전에 따라 알약을 조제해 주고 복약지도까지 한 약사 ㄱ씨에게는 환자 보호자에게 조제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알약 조제료를 지불하지 않은 환자 보호자에게 조제료 지급을 요구하며 가루약 조제를 거부한 ㄱ씨에게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엄격하게 제재해야 하겠지만, 약사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없도록 거부행위의 동기, 내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