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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정의로운 삶에 대하여…

  • 등록 2016.12.13 10:09:35

김승만 중문동장

 세월이 빠르다고들 말하지만 참으로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어느덧 병신년(丙申年) 2016년 달력도 한 장 남은 12월 중순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30년 공직 생활을 통해 내가 과연 정의로운 삶을 살아왔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공직자는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복으로서 정의로워야 하며 “정의로운 삶”이란 사람에 따라, 직종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으나 공직자로서의 “정의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시민에 있다.

 

 제주 시민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과 소외계층에 사다리를 놔주는 행정을 펼쳐야 하기에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지 진정으로 제주 시민을 위해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분을 우리 공직자는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조직에 속하게 되고 조직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조직 속에서 편안함을 위해 원만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때론 옳지 않은 길이더라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안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제주 시민을 위한 공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조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사회는 불의를 보고 눈감고 넘어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정신은 불의에 맞서는 정의로움을 요구하고 있다. 불의한 사회에서는 성실보다 정의를 중시해야 한다. 정책을 창안함에 있어 정의라는 가치를 최고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성실히 수행한다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항상 정의로운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는 없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엄혹했던 80년대에는 불의에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나 역시 때론 타인과는 다른 입장에서 옳은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요즘 젊은 공직자들을 보면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부럽고 창의적인 행정을 추구하는 모습에 선배 공직자로서 기특함을 느낀다. 다만 경제적 풍요와 민주화된 사회 속에서 성장하여 공익, 형평과 같은 정의를 구성하는 가치에 대한 통찰이 부족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선배 공무원으로서 후배 공무원에게 공무원으로서의 정의로운 삶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주는 것은 내 남은 공직 생활의 소명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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