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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제주의 역사와 교통 문화

  • 등록 2016.10.10 15:43:04

변장선 (사)제주교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섬사람들의 특성을 한마디로 보수 배타적이라고 한다. 모자라지만 우리끼리 자급하고 살아가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제주섬은 역사적으로 300여 년의 길고 긴 몽고의 실질적 지배와 일제, 6.25 피난시절 제주로의 유입 등으로 보수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고, 특히 4.3으로 인하여 이른바 개매라고 하는 제주인의 노 코멘트의식이 팽배해졌다. ‘개매란 말은 글쎄요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는 설명하기 힘든 정말 제주의 한이 서려 있는 듯한 용어이다.

 

아울러 6.25 피난시절 육지부의 일정 지명을 설정하고 울타리를 쳐서 교류를 제한할 만큼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리면서 육지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육지 것이라는 단어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일찍이 제주의 조냥정신과 수눌음 정신은 매우 훌륭한 문화이다. 형제보다 이웃집 이주민에게 먹을거리를 먼저 가져다주는 관습은 이에 바탕을 둔다. 남을 배려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상부상조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으로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이러한 제주의 기본이 역사적 여러 사건들로 인해 개매라는 단어에 얽매여 있지는 않는지 자문을 해본다.

 

사촌이 땅을 사거나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문화가 요즘의 교통에 접목되고 있다. 머리를 먼저 들이밀지 못하면 손해를 본 듯하고, 남의 차를 무조건 추월해야 하고, 옆집 차보다 비싼 차를 구입해야 하는 의식이 요즘 세태가 아닌가 싶다.

 

제주에 관광객, 특히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땅 값이 오르고 모두가 부자가 된 듯 외제차 비율은 늘고, 연간 3만명의 인구 증가에 비해 자동차는 5만대씩 늘어나면서 도로는 포화다. 더 설명하면 인구는 연 4퍼센트 늘어나는데 자동차는 14퍼센트나 늘어나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증가율인 것이다.

 

여기에 도로 확장이나 교차로 기법, 첨단의 운영시스템은 도시의 적절한 교통량에서 최적을 추구할 뿐, 포화 상태에서 교통류를 포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제주의 교통을 위해서는 우선 대중교통을 활성화 하는 느리지만 접근성과 안전한 제주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제주 도민과 관광객이 모두 편안한 교통체계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간선과 지선의 버스노선과 급행과 완행의 병행 도입을 제안한다. 제주시내의 노선은 학생을 제외하면 현대의 시간 개념으로 자가용을 구입하거나 택시를 타고 싶은 체계임에 반론이 없다. 출발점과 목적지를 말하는 OD조사를 하면 대부분의 이동동선이 나온다. 주요 이동패턴을 분석하고 급행과 완행을 연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제주시청에서 터미널을 경유하는 도청 노선의 구·신제주권 이동시 급행노선으로 하고, 일방통행 방식의 버스전용 차로제와 정류장을 5~7개 정도로 줄여서 이동시간을 15분 정도로 단축시키고, 그 외의 목적지까지는 환승으로 처리한다면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필자부터 버스를 쳐다 볼 것이다. 지하철과 같은 철도교통이 없는 우리 제주도는 그를 대체할 만한 간선 기능의 대중교통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싱가폴 방식, 또는 그를 응용한 개량된 차량총량제를 제안한다. 즉 제주도내의 차량 총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도입 초기 주민들의 저항이나 기존 보유자와 자라나는 세대들의 창업 등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일정량을 제한하되 주말차, 도심 진입금지 또는 진입권 판매, 경차, 전기차, 장애인용 등으로 구분하는 다양한 총량제정책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이 동행되어야 한다. 주말 차량이나 도심 진입금지 차량을 위해서는 일정 지역에 환승 주차장을 조성해야 하고, 혼잡시간대 통행량을 줄이기 위한 시차제 출근을 위해서는 어린이집의 개원 시간이나 저녁시간대 수송시간까지를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요즘의 교통정책은 교통부서뿐만 아니라 지휘부는 물론 안전분야나 골목상권, 복지, 인사 담당부서까지 참여하고 선진사례를 관찰하면서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거쳐 복합적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통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려면 크락션과 전조등을 깜빡이는 문화에서 방향지시등을 두 번 이상 점등하면 사이드 미러를 볼 필요도 없이 차선을 바꿀 정도의 교통문화는 언제일까 하고 탄식만 하지 말고 당장 나 혼자 먼저 실행해 보자. 잡초밭에 꽃이 하나가 피기 시작하니 꽃밭이 됐다는 시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교통이 혼잡한 신제주에 가면 여기가 중국인지 모를 만큼 중국어 간판 일색인데, 중국인들의 무단횡단이나 고성 등 무질서에도 방관으로 관광을 살리려는 생각은 바꾸어야 한다.

 

이에 사고 예방을 위해 연간 수십억원씩 들여가며 설치하는 중앙분리대는 일응 사고 예방과 질서 유지에 큰 효과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계속 무질서한 이들을 위해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보편타당성에 맞지 않고, 자동차의 소통에는 일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종합하여 도 당국에서 발 빠르게 고고씽이라고 명명한 교통의 초 혁신정책을 내놓고, 1단계로 내년까지 약 3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를 하고 있다.

 

일방통행을 지정하려는데 배달용 오토바이가 길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반대를 하고, 횡단보도를 우리 가게 앞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없애라는 민원으로 교통정책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공감이 가는 교통정책을 들고 이해 당사들을 설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당장은 도민들도 교통정책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제주는 예전의 보수 배타적인 자급자족의 시대가 아니라 천만이 넘는 외지인과 공간을 같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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