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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싱그러운 봄과 함께 ‘3월의 독서산책’

  • 김대훈 기자 dh@jejutwn.com
  • 등록 2022.03.20 17:55:27

 

[제주교통복지신문 김대훈 기자] 꽃과 나무들이 인사를 건네는 따스한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3월의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1. [문학] #젠더_소설│김지은·이광호, 문학과지성사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이 옆에 가까이 있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독서할 틈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입시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국내 문학이 지금보다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이 ‘해시태그’ 문학선 시리즈들을 접하게 되었다.


#해시태그 문학선은 “우리시대 가장 강력한 주제어와 연관된 문학작품들을 선별해” 독자와 나누겠다는 취지로 구성된 듯하다. “문학작품이라는 ‘기호hash’를 ‘묶는다tag’라는 어원 그대로.” 현재 출간된 주제어는 젠더와 생태. 각각 그 주제어와 관련된, 엄선해서 선택했을 국내 시·단편소설들이 수록되었다. 그중 이 책 『#젠더 해시태그 문학선 소설』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완서, 오정희, 최윤, 한강, 배수아, 김애란 그리고 “여성적 글쓰기를 수행한 문제적 작품”의 시초를 쓴 작가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백신애 단편 <적빈(赤貧)>까지 소개돼 있다.


매 단편의 말미마다 작품에 대한 해석과 ‘생각의 타래’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읽고 난 후 토론하거나 글을 써보면 좋을 대여섯 가지의 질문들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김애란의 수작 <침이 고인다>편의 이런 질문. “사내 체육대회는 계급의 격차와 성별 권력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사내 체육대회 장면 중 어느 부분이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찾아보자.”


이 책에 붙은 해시태그 “편견과 차별을 넘어”, “한국사회를 읽는 문학 필독서” 외에도 가능하다면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읽는 책’ 혹은 ‘조카들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그 외에도 독자들의 수많은 개성적 #가 가능한 책이 아닐까. 이 신선한 큐레이션은 시대적 주제의 첨예함을, 섬세한 언어로 써내려간 여성 문학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_조경란 위원, 소설가


2. [인문예술] 똥의 인문학 :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김성원 외 8인, 역사비평사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책은 똥이라는 점잖지 못한(?) 주제에 관한 8명의 인문학자들의 고찰을 담고 있다. 그 고찰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똥을 매개로 해서 근대 산업 문명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라는 부제가 이런 필자들의 지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8편의 글은 필자들 각자의 관심에 따라 똥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근대 문명의 반(反)생태적이고 비순환적인 면모를 고발하고 있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 민중문화에서 똥과 오줌의 이미지가 어떻게 그려져 있는가를 고찰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6.25 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 한국에서 분뇨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석하는 역사학자의 글과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 똥과 화학비료가 경쟁하고 교체되어가는 과정을 문학작품들을 통해 다루는 평론가의 글도 실려 있다. 아울러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배설의 문제를 고찰하는 두 편의 글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롭게 읽은 글은 적정기술의 관점에서 수세식 화장실의 분뇨처리 시스템을 분석한 글이다. 이 글은 이제 거의 보편화된 현대적인 하수처리 시스템이 얼마나 고비용적이고 반생태적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할 것이다. 똥이라는 흔하지만 흔치 않은 주제에 관한 유익한 성찰들이 담긴 수작이다.


_진태원 위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3. [사회과학]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김엘리, 동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뜻을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은 결국 무력이라는 뜻이다. 1961년 쿠데타 이후 한국사회는 군대 조직을 모형 삼아 짜여졌다. 국가안보와 경제개발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전 한국의 근대는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였다. 군사주의는 한국의 남성을 싸우면서 일하는 ‘전사’로 만들었고 한국의 여성을 남성을 보조하는 ‘가정주부’로 길들였다. 국방의 의무에서 면제된 여성은 ‘2등 시민’ 또는 ‘반쪽의 시민’이 되어 공적 활동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성운동이 등장하고 호주제 폐지 등 양성평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일상에서 ‘뜨거운 젠더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이다. 이 책은 남성=군대, 여성=출산이라는 관습적 도식을 넘어서 군대와 젠더의 관계를 되묻는다. 거기에 답하기 위해 군대는 물론 가정과 일터를 비롯한 여타 사회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_정수복 위원, 사회학자/작가


4. [자연과학] 빛이 매혹이 될 때│서민아, 인플루엔셜


표지부터가 매혹적인 이 책의 저자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을 전공한 정통 과학자이면서 휴일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주제는 빛, 이 책은 빛에 대한 과학적 탐구이면서, 또 빛이 가능하게 한 회화라는 예술에 대한 미학적 탐구이기도 하다. 그의 손에서 미술사는 빛의 과학사로 거듭난다. 뉴튼의 색채혁명에서 양자역학, 인상주의에서 하이퍼리얼리즘까지 이 책은 빛을 탐구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당대의 화가들과 함께 따라가고 있다. 곳곳에 실린 아름다운 그림과 예술작품들은 빛의 속성에 대한 여러 과학적 설명들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본다는 것은 무엇이며,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빛은 시간의 흔적인지 등등 이 책을 이루는 각 장의 질문들을 저자와 함께 따라가면서 독자는 사물의 깊은 이면의 세계를 투시하는 과학적 이성과 예술적 감수성의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_권복규 위원,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5. [실용일반]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최태섭, 한겨레출판사


“게임이 무엇인지 기초적인 선에서나마 이해하고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지형을 살펴보는 것이다. 오늘날 게임은 매우 대중적인 매체이자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그 규모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묘한 문화적 고립 속에 놓여 있다.” 문화평론가, 사회학연구자인 저자는 책의 목적을 위와 같이 말한다.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둘로 갈라져 있다.


“언론과 종교계, 교육계, 학부모에게 게임은 아이를 망치는 주적처럼 인식되어왔다. 여기에는 게임이 갖고 있던 편리한 특성들이 있다. 역사가 짧았던 게임은 젊은 층에서 주로 즐기고 기성세대들은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세대구분적인 취미’였기 때문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악마화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혐오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저자는 게임을 폭력적인 범죄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게임이 사회문제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많은 남성 게이머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기준으로 게임을 비판하는 데 격렬히 반발한다. 여성 캐릭터가 불필요하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면, 이를 ‘검열’이라며 반박한다. 게임회사들은 일부 남성 게이머들의 억지를 ‘소비자의 요구’라는 이유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장시간 야근과 불안정한 고용이라는 게임업계 노동환경이 몇 년 사이 많이 개선됐지만, 이는 게임업계 노동자·시민사회·노동계 등의 노력 덕분이며 게임업계가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한 적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을 되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게임 세계와 게이머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자녀의 게임 활동을 우려 섞인 눈길로 바라보는 부모 세대에게 게임을 이해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현실에서 누리기 어려운 재미를 안겨주는 ‘놀이’다. “게임은 우리에게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즐거움과,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을 준다. 예기치 못한 인연과, 작은 승리들의 기쁨도 준다.” 저자는 게임이 바로 그러한 ‘놀이’의 세계가 되기를 바란다.


_표정훈 위원, 평론가


6. [그림책·동화] 호랑이 생일날이렷다│강혜숙, 우리학교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 해엔 호랑이 그림책이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이다. ‘호환’이라는 말처럼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용맹함과 지혜를 상징하고 각종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민화와 옛날이야기에 등장해 용맹스러운 외관과 달리 의외로 잘 속아 넘어가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강혜숙 작가의 『호랑이 생일날이렷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호랑이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많고 많은 날 중에 좋은 날이 있으니, 바로 산중호걸이라 하는 호랑이의 생일날이렷다”


마치 판소리 한마당을 연상시키는 시작이다. 이어 한날한시에 태어난 아홉 호랑이들이 생일잔치에 차례로 나타난다. 하지만 첫째 형님은 오지 못했다. 우애 좋은 오누이 계략에 그만 수수밭에 떨어져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바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떡장수 어머니를 따라가 삼키고 오누이를 쫓아간 호랑이.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다. 곶감에 호되게 당한 호랑이, 토끼 꾀에 넘어간 호랑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에 호되게 당한 호랑이도 있다. 이들 아홉 호랑이는 모두 우리 전래이야기와 민담,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들이다. 이들은 차례차례 등장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읊어낸다. 일종의 판소리 아홉 마당 같다. 텍스트에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그림은 노랑, 분홍, 초록, 야광색을 사용해 화려하다. 호랑이는 민화풍으로 익살스럽고 정겹다. 아홉 호랑이의 모양이 모두 달라, 같은 호랑이가 어떻게 다르게 그려졌는지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맨 마지막에 아홉 호랑이 사연의 모티프가 된 옛 호랑이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 정리해, 어떤 이야기가 어떤 사연이 됐는지 알아볼 수 있다. 긴 이야기가 어떻게 한 두 문장으로 짧게 압축됐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어린 독자들이 이미 아는 호랑이 이야기도 있고, 새로운 이야기도 있을 터.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읽는다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_최현미 위원, 문화일보 문화부장


7. [청소년] 사춘기 철학 여행 : 10대를 위한 철학 이야기│유성오, 초록서재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변하는 걸까, 내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사실일까…….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내면으로 향할 무렵 인간은 철학적 사유를 시작한다.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주장한 이론을 배우지 않아도 자신의 삶, 타인과의 관계, 신비로운 자연 현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기가 온다. 칸트의 말대로 철학은 단순한 지식이나 암기해야 할 정보가 아니라 ‘하는 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인생관과 가치관이 형성된다. 나는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진로와 직업 그리고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


우리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질문을 잊고 산다. 세속적 욕망을 좇고 주변 사람들을 흉내내며 타인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자기만의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유성오의 고민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교과서에 갇힌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철학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행복을 암기하는 대신 욕망의 크기를 줄이라는 조언을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저녁이 되면 해가 지고 겨울에는 눈이 온다는 사실이 자명한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지구 어디에선가는 밤에도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도 평생 눈이 내리지 않는다. ‘철학 하기’는 의심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엇이든 원래 그렇다는 생각은 수동적이고 관습적인 태도다.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적 안목을 길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철학이다.


관념론과 유물론, 이상과 현실, 금욕과 쾌락, 실존과 해체 같은 어려운 철학 용어는 잊어도 좋다. 객관식 시험으로 점수를 매기는 철학도 필요 없다. 질풍노도의 혼란과 방황의 시기는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좀 더 많은 방황과 고민이 더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다.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철학 하는’ 삶이 밝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늦기 전에 사춘기 철학 여행을 떠나보자.


_류대성 위원, 『읽기의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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