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김현석 기자] 아직 단풍철은 멀었다. 그러나 아침 저녁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은 이내 산천(山川)을 울긋불긋한 가을옷으로 갈아입게 만들 터.
단풍빛으로 물든 산자락의 화려한 속살을 감상할 수는 없지만 선선한 기온 덕에 청량한 기운이 물씬 풍기기 시작하는 지리산 자락 산청에서 생태탐방 여행을 즐겨보자.
지금은 비교적 덜 붐비는 시기라 자연스레 거리두기도 가능하니 부담도 덜하다.
우선 소개할 곳은 ‘대원사 계곡길’이다. 대원사 계곡길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비 온 다음날’이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계곡물의 웅장함과 청량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
‘비 온 다음날’을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대원사 계곡의 물길은 삼장면에서 흘러내려가 시천면 중산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덕천강이 되는데, 이 물길의 흐름이 꽤나 빠르다.
시천면의 뜻이 화살 시(矢), 내 천(川). 즉 화살처럼 빠른 물이라는 뜻이니 그만큼 유속이 빠르다는 뜻이다. 맑은 날이 며칠 계속되면 용소 등 물이 모이는 곳이 아니면 금새 물이 흘러가 버린다. 그러니 대원사 계곡길의 옥류가 연주하는 음악을 더 잘 감상하려면 ‘비 온 다음날’이 좋다.
비가 온 다음날 향하는 산이라고 해서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 험한 등산로가 아닌 산책길로 조성돼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걷기 좋은 3.5㎞ 길이의 맞춤길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 대원사도 자박한 걸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산청군의 또 다른 생태여행지는 단성면 묵곡생태숲과 신안면 둔철생태체험숲이다.
묵곡생태숲은 성철 큰스님의 생가터에 지어진 사찰인 겁외사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에 걸쳐 조성됐으며 14만2000㎡ 규모를 자랑한다. 은행나무숲과 습지생태원, 잔디광장 등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쉬이 걸으며 바라볼 만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벚꽃길, 여름에는 무궁화 동산, 가을에는 각양각색의 화초와 약초도 감상할 수 있어 지역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의 방문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공원이다.
너른 평지인데다 넓은 주차장과 여러 갈래의 산책코스도 마련돼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둘러보기 좋다.
둔철생태체험숲은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의 본신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둔철산 중턱에 조성돼 있다. 이곳으로 오르는 길목 곳곳에 아기자기한 전원주택 마을이 들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래 목장으로 사용되다 용도를 다해 버려져 있던 곳을 산림청과 산청군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에 걸쳐 61만4800㎡(18만6000평) 규모의 생태체험숲으로 복원했다.
주차장이 마련돼있고 화장실과 생태습지, 관찰데크, 미니수목원, 생태체험로 등이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온통 꽃밭이 된다. 꽃이 진 계절도 한적하고 운치있는 풍경을 감상하기에 넉넉하다. 인위적인 느낌이 적어 편안히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