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에 문제가 생겨서 특정 장기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우리 몸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줄기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줄기세포의 이러한 재생 능력 덕분에, 상처가 나도 스스로 아물고, 뼈가 부러져도 저절로 붙게 되며, 외부의 바이러스나 병원균에 감염이 돼도 치료제가 없어도 이겨 내게 된다.
심지어는 암이 발생해도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줄기세포의 기능이 극대화되면 암세포 또한 자연 소멸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질병에서 회복할 수 있게 하며, 장기가 너무 일찍 늙어버리는 것도 막아주는 항노화 작용을 하는 줄기세포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내 몸 안의 불로초”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기세포는 누구나 체내에 많이 가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줄기세포는 뼈, 근육, 지방 등에 다량 저장된 상태로 존재하다가 필요한 경우에 조금씩 혈관으로 빠져나와서 활성화된 상태로 손상 부위로 이동한다.
그런데, 혈관 속을 떠돌아다니는 줄기세포는 평상시에는 내 몸의 문제를 치료하는 데 모자람이 없지만, 건강이 악화하는 경우에는 자연치유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양적 한계에 다다른다. 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뼈나 지방에 저장된 형태의 줄기세포가 혈관으로 평소보다 잘 나와 줘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가줄기세포 치료는 골반 뼈나 복부 지방 등에 보관된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농축해 배양하지 않고 사용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 같다. 즉, 전쟁 상황에서 후방 부대에서 쉬고 있는 군사들을 전방으로 투입시켜 주는 것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전시에 수많은 용병이 투입되듯이 줄기세포도 건강 악화 시 수적으로 충분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별 줄기세포의 기능을 향상해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 '세포(Cell)'에서 기고되었던 내용에 따르면 자율신경의 일종인 교감신경계가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미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는데, 이 연구 결과의 요지는 조혈 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가 골수(bone marrow)로부터 빠져나와 일반 혈액 중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게 하는 과정을 교감신경계가 조절한다는 것이다. 즉, 자율신경의 한 축인 교감신경계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면 줄기세포는 질적으로도 개선이 될 뿐만 아니라, 혈관 속을 떠돌아다니는 줄기세포의 양적인 개선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만능성을 가진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와는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우리 인체의 뼈나, 지방 등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배아줄기세포보다 성체줄기세포는 분화능이 떨어져서 재생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최근의 연구를 보면 성체줄기세포가 자가재생산 능력뿐 아니라 가소성(plasticity)이 있어서 본래의 세포와 다른 종류의 세포로도 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 활용성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배양이나 유전자 조작 등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고 부작용이 드물다는 큰 장점이 있기에 앞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 대중화된 보톡스가 십 년 전만 해도 고가였던 것을 떠올려 본다면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수의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는 지금보다는 쉽고 더욱 더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오상신경외과 오민철 신경외과전문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