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통복지신문 김현석 기자] 불법촬영 피해자가 범행을 알아채고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했다면 사건과 관련된 사진 등으로 증거능력이 제한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만약 휴대폰 안에서 다른 범행의 단서가 발견됐다면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별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피해자 등 제3자가 제출한 경우, 저장된 전자정보의 제출범위에 관한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다면 전자정보의 제출 의사를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 자체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보저장매체 탐색·복제·출력 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탐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를 우연히 발견했다면 수사기관은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사전 영장 없이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하는 데 동의했다고 해서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A씨의 2013년 범죄에 무죄를 선고하고 2014년 범죄는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학교수인 A씨는 2014년 12월 제자 B씨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발각됐다. B씨는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뺏어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B씨에 대한 범행 관련 사진 등을 확보한 후 A씨의 참여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 A씨가 2013년 다른 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을 확인하고 사진으로 출력해 증거로 삼아 B씨의 사건과 함께 기소했다.
1심은 2013년과 2014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범죄 재범예방 수강을 명했다.
반면 2심은 "2014년 범행 증거 확보를 위한 탐색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2013년 범행 증거를 발견했다면 그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참여권을 보장했어야 했다"며 2013년 범행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무죄를 선고하고 2014년 범행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논의한 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제주교통복지신문, TW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