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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자림로 훼손반대 국민청원에 도, 공사중단 발표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8.08.10 10:46:14

사업 백지화는 어려워... 사실상 시간끌기에 불과

최근 제주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한 비자림로 삼나무 훼손과 관련해 제주도가 입장을 내놓았다.


제주도는 10일, 기자회견을 마련하고 확실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비자림로에 대한 모든 공사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제주도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도민과 도의회,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계획안을 마련한 후 도민에게 이해를 구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공사가 동부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으로 완전한 사업중단은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혔다.


또한 이번 공사는 지난 2013년 도로정비기본계획에 반영된 후 문화재지표조사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추진된 것이며, 송당리 등 인근 주민들이 원했던 사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런 제주도의 공사중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미 훼손된 삼나무림의 면적이 너무 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정되었던 사업 규모인 2,106주의 삼나무 벌채 목표 중 이미 915주의 삼나무가 벌채되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삼나무 군락지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훼손된 구간이 너무 커 사실상 이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주도가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비자림로 훼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늦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은 당초 비자림로 확장 사업을 구상하며 삼나무림 훼손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주도 담당자는 "제주 지역에서 방풍림으로 흔히 사용되는 삼나무이기에 이를 벌채하는데 특별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즉, 사려니숲 삼나무숲길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도로인 비자림로의 가치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흔하디 흔한 삼나무를 벌채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태도가 이런 사태를 낳게 된 것이다.


이에 환경연합 및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들이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 때문인데 정작 제주도의 공무원들은 뭐가 우선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제주를 자주 찾는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를 찾고 있다는 한 관광객은 "처음 제주를 찾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항에서 바라다보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풍경과, 난생 처음 보는 공항로의 가로수 풍경, 그리고 비자림로와 사려니숲길의 드라이브까지, 그 모든 풍경에 감탄해 제주를 사랑하게 됐다"며, "하지만 공항에서 바라다보이던 한라산의 풍경이 주차빌딩에 가려 사라지고, 공항로의 가로수는 버스전용차로를 만든다고 뽑혀나가고, 이제는 비자림로의 삼나무까지 훼손되면서 점점 제주를 찾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태를 굳이 자연환경과 개발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인구 증가와 관광객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위해 다소간의 개발은 필요하며, 이에 따른 환경훼손은 일정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제주의 환경과 풍광훼손이 우려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도내 전문가들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보는 풍경에 익숙해져, 이미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들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제주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 제 2의 비자림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이번 국민청원으로 비자림로에 대한 공사가 일시중단됐지만, 전 국민이 사랑했던 아름다운 비자림로는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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