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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재]③ 관광지순환버스, 그 취지는 좋았으나…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9.07 16:57:16

도 전체가 활활 타오르던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처음 맞은 월요일 오후 1시경, 동부 관광지순환버스의 출발점인 대천환승정류장은 인적 하나 찾아볼 수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맞춰 제주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관광지순환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의 이동성을 높이고, 제주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알림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받은 마을을 경유지로 연결해 널리 알리려는 목적과 취지는 좋았으나 무언가 잘못된 듯하다.


▲ 대당 2억원씩 총 3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관광지순환버스


일단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 지도 어플에서 대천환승정류장, 대천정류장, 대천환승센터를 검색하자 정확한 위치가 나오지 않는다. 길찾기로 메뉴를 바꿔 다시 대천환승정류장을 검색해보니 버스 메뉴에서 간신히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지리에 익숙하지 않는 관광객들이 이런 지도 어플에 의존해 목적지를 찾아다니는 걸 감안하면 대중교통체계개편이 이루어진 지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도 앱에 위치표시가 정확하게 되지 않는다는 건 준비소홀로 볼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대천환승정류장을 찾으니 선흘 방면과 송당리 방면, 양방향 정류장 모두 탑승객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었다. 아무리 지난 주 성수기가 끝났다 해도, 순환버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 해도 이렇게 손님 하나 없이 비어있는 정류장은 입맛을 씁슬하게 만들었다.



▲ 양방향 환승정류장이 모두 텅텅 비어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대기시간이었다. 분명 홍보 책자와 각종 인터넷 정보에는 30분 간격으로 배차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 오후 1시경 운행상황판에 표시된 도착예정 시간은 각 37분과 59분으로 그보다 훨씬 길었다.



도착예정시간을 보면 버스를 이용할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천환승정류장 주변에 카페나 음식점, 공원, 관광지 등 변변한 쉼터가 없음을 감안하면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한시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주인이 내놓고 싶은 음식 VS 손님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경유지 선택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동부 관광지순환버스는 대천동 사거리에서 출발해 거슨세미오름 - 아부오름 - 다랑쉬오름 - 용눈이 오름 - 제주레일바이크 - 비자림 - 메이즈랜드 - 둔지오름 - 덕천리마을 - 어대오름 - 한울랜드 - 동백동산 - 알밤오름 - 다희연 - 선인동 마을 - 선녀와 나무꾼 - 거문오름을 경유해 다시 대천동으로 돌아오도록 구성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동부지역의 유명 관광지와 관광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중산간 마을을 경유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 이용객들의 니즈가 얼마나 반영되었는 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제주에 와서 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유형을 생각해보자.


가족 단위와 커플, 부부, 혹은 남자 단체 등 유형의 관광객들은 백이면 백 렌터카를 이용해 제주여행에 나선다.


올레길 탐방이 한참이던 2015년까지의 관광유형을 생각해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올레꾼들까지도 대중교통 이용객으로 넣어볼 수도 있으나, 애초에 동부 중산간 지대는 올레꾼들이 찾는 올레길과 너무도 멀거니와, 한국은행과 제주관광공사 등이 최근 발표한 자료와 실제 제주 관광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이제 올레길보다는 한 곳에 머물러 되도록 오랜 시간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버스를 이용해 제주를 여행하는 관광객은 운전 능력이 없거나 미흡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동부 관광지순환버스의 주요 경유지를 돌며 체크한 결과 몇 안되는 버스 이용객들 모두가 젊은 여성 관광객들이었던 것이다.


▲ 제주와 달리 육지의 20대 여성은 운전이 미숙한 경우가 많아 렌터카 이용을 꺼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젊은 여성 관광객들이 제주에 와서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즐기고 가느냐 하는 점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SNS에 올리기 위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맛집과 카페, 풍경 등이 있는 곳이다. 이를 위해 힘들지만 캐리어 한 가득 옷과 소품을 준비해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실이 이러할진데 이들을 타겟으로 해야 하는 관광지 순환버스의 경유지는 모두 가족단위나 연령대가 조금 높은 층이 선호하는 곳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많은 경유지 중 기껏해야 용눈이오름과 비자림, 다희연, 그리고 최근 맛집과 카페, 그리고 연예인들이 이주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송당리 마을 정도가 이들 젊은 여성들이 찾아갈만한 곳이다.


▲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송당리, 맛집과 카페, 이주해오는 연예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식당을 운영할 때 손님들이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준비해야 할 지, 주인이 내놓고 싶은 메뉴를 준비해야 할 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때문에 이들 젊은 여성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리고 숙소로도 많이 선택하는 세화해변, 월정리해변,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한동리 등을 경유지에 넣어야 당초 목적대로 나머지 경유지도 빛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동부 지역에서 젊은 여성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는 세화해변이다


▲ 월정리 카페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너무 서두른 출발, 이제라도 빠른 개선이 이루어져야

이 외에도 동부 관광지순환버스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최초 출발지점인 대천환승정류장 외에도 중간 경유지에서 버스를 타려는 관광객들의 경우 정류장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한참을 헤매여야 했으며,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송당리 마을의 경우 관광객들이 몰리는 중심지를 한참 벗어나 인적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에 정류장을 마련해두기도 했다.


▲ 송당리 마을 구석진 곳에 아무런 시설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정류장


정류장 시설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시간 가까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버스도착 안내상황판은 차지하더라도,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간단한 임시 가림막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 당시에도 비가 오락가락 내리기 시작하자 우비를 입은 젊은 여성들이 버스 정류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른 렌터카를 얻어타고 나가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 우비를 입고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성관광객은 결국 다른 렌터카에 얻어타는 걸 선택했다


물론 제주도 입장에서는 차자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는 있겠으나, 이처럼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정보를 검색해 관광지순환버스를 이용하는 젊은 관광객들은 이용 결과 불만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즉시 SNS 등을 통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남기게 마련이다.


나중은 없다. 오픈 초기 맛없다는 소문으로 SNS에 도배된 음식점은 나중에 아무리 맛을 개선한다 해도 그걸로 끝이다.


만약 관광지 순환버스의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면 차라리 잠시 운행을 중단하고 경유지와 시스템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작업을 거친 후 운행을 재개하는 것은 어떨까.


관광객들이 렌터카 대신 버스를 이용해 제주의 속살을 맛보게 하겠다던 처음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도정의 발빠른 조치를 기대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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