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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재]② 배차간격은 멀고, 안전운행은 더더욱 멀고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9.04 09:11:42

지난 26일 제주의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 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그 일주일의 시간 동안 되도록 차를 두고 버스로 출퇴근을 해왔다.


사실 대중교통, 버스에 대한 내 관념과 의식은 2년여 전 서울에서의 그것에 봉인된 채 머물러있다.


제주로 이주 후에는 줄곧 자차만을 이용해왔기에 오랜만에 버스를 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서울에서의 기억이 생생이 떠오르며 자연스래 비교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제주의 대중교통체계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었다.


▲ 시청 앞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처음으로 버스 출근을 포기한 날

사실 매일매일이 위기이긴 했다.


개편 이후 집 앞 대기고 정류장에서 목적지인 제주시청까지 직행하는 노선이 6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문제다. 간선과 지선버스 모두 20~40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들 6개 노선이 고루 흩어져 오는 날보다는 한데 뭉쳐 오는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차로 가면 20분이면 될 제주시청을 가기 위해 매일 1시간 전 집을 나섰으나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버스 출근을 포기하고 말았다.


아마도 6개의 노선이 또 우르르 몰려와 대기고 앞을 지나갔나보다.


버스 상황판에 표시되는 도착시간이 각 17분, 35분, 48분이었고 나머지 2개 노선은 표시조차 안되는 걸 보니 더 먼 곳에 있는 듯하다.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9분 뒤 도착하는 급행을 타는 것 뿐인데, 이번 개편으로 새롭게 운행되는 급행버스는 기본요금이 2,000원, 거기에 거리에 따라 할증이 붙는다.


2,000원이라는 버스 요금을 내고 가자니 차라리 기름값이 더 쌀 것 같다.


결국 오늘은 버스 출근을 포기하고 다시 집에 와 차를 갖고 목적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개편 시행 일주일이 지났건만 버스 정류장에 아직도 나풀거리는 A4지 임시 노선도가 처량하게만 보인다.


▲ 개편 일주일이 흘렀건만 A4 용지에 나붙은 임시 노선도는 여전히 방치되어 있다


태평양만큼이나 넓은 배차간격, 참고 인내해줄 이는 거의 없어

사실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통한 도심지 차량혼잡 감소를 위해서는 시내 등록된 차량 외에도 읍면 지역 등 외곽에서 시내로 몰려드는 출퇴근 차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래서야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읍면 지역도 아닌 동지역(봉개)에서조차 도심지로 출근하기 위해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과연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곳에는 내년이면 50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이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 내년 입주를 목표로 봉개초 근방에 건설중인 행복주택 단지


젊은 층, 특히 신혼부부 등이 주로 입주하는 행복주택의 특성을 감안하면 외곽에서 제주시내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이곳에서만 1,000명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자차로 20분이면 갈 곳을 멍하니 기다리는 시간만 20~40분을 투자하며, 오직 제주의 교통혼잡을 줄이는 데 동참하기 위해 버스를 타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버스기사의 올바른 운행습관 확립

지난 일주일 간 버스 배차 간격만큼이나, 아니 이보다 더 버스 이용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버스 기사들의 운행습관이다.


이번 개편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분야가 바로 버스기사에 대한 친절교육과 전문교육이었건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굳이 손님에게 억지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진 않지만 탑승객이 많지 않을 때는 눈인사라도 건넬 법 하건만, 심지어 손님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버스기사 대부분이 굳은 입을 뗄 생각조차 않는다.


친절에 대한 부분은 차지하더라도 운행습관에서는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일단 운행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기다리는 승객이 없다고 판단되면 멈출 생각조차 않는다.


그러다가 뒤늦게 승객을 발견하면 도로 한복판에 버스를 급제동하기 일쑤. 달려온 승객이 탑승하면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급출발을 해 승객이 넘어지기 다반사다.


캐리어 등을 끌고 버스에 타는 젊은 여성 관광객에게 빨리 타라고 윽박을 지르는 기사도 있는가 하면, 하차를 위해 문 앞에 승객이 서있는 걸 뻔히 인지하고도 하차벨을 누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차를 거부하다가 실갱이가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과 폭행이 벌어질 정도로 버스기사들에게 과도한 을의 자세를 강요하는 서울의 잘못된 예를 따라가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운행 매뉴얼에 입각한 정확한 운전습관과 고객 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아직도 너무 이른 일일까.


거기에 관광도시에 근무하는 특성을 감안해 손님에게 눈인사라도 한 번 건네주길 바란다면 너무 과한 일일까.


개편된 제주 버스를 경험한 도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예전보다 더 불편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기존 자차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굳이 버스로 갈아탈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기존 버스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바뀐 노선 정보에 혼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개편 초기 혼란으로 남을지, 아니면 새롭게 풀어나가야 할 더 큰 숙제로 남을 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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