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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복되는 대형차량 졸음운전사고, 제주는 안전한가?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7.12 09:16:06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참사,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지난 9일, 주말 나들이를 마친 귀경 차량으로 가득 찬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이제 곧 손자를 안아볼 날만 기다리던 50대 부부가 탑승했던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지며 두 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버스 승객 등 1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 9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블랙박스 영상


버스와 트럭 등 대형 차량에 의한 졸음운전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는 진행형 재앙이다. 그 중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사고를 일으키는 당사자인 대형차량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이 그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언론매체와 SNS 등을 통해 이번 사고와 관련된 블랙박스 영상 등을 접한 국민들은 대형 차량 운전자의 방심과 조그마한 실수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한편, 사고를 일으킨 대형차량 운전자들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졸음운전에 대한 법적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여론마저 일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등 발생시 법정 최고형은 5년에 불과한 실정.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버스기사로 인해 5중 추돌사고가 발생, 여행길에 나섰던 20대 여성 4명이 사망했으나, 운전기사에게 내려진 형벌은 고작 금고 4년형. 참회하겠다던 버스 운전기사는 이마저도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에서 4년6월형을 받기도 했다.


▲ 지난 7월 4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영동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현장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시 단순 상해만 입혀도 최대 10년형이 선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졸음운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졸음운전 사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모두 심신미약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이지만 졸음운전의 경우 발생책임을 그 개인에게만 묻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그 행동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음주 행위에 비해 졸음 운전은 버스 회사, 화물 회사 등 사 측의 시스템으로 인한 과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버스운전 기사들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하루 최대 15시간 이상 운행을 강요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졸음운전 사고를 낸 버스기사 역시 사고 전일 19시간을 운행한 후 다음날 바로 근무에 투입되어 7시간 가량을 쉬지 않고 버스를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 운전자는 4시간 운행 후 30분 휴식을 규정하고 있으나, 운영 이익 등을 이유로 인력충원을 꺼리는 사측의 경제논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살인적인 운행 스케줄로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버스기사들(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졸음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운전자가 졸 경우 그 신호를 포착해 차량을 세우거나 운전자를 깨우는 자동비상제동장치, 차로이탈경고장치 등이 출시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버스, 화물 회사에서는 비용을 이유로 장착을 미루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1월부터 출시되는 버스 신규 모델에 대해서는 자동비상제동장치,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한편 2020년부터는 미장착 차량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그 시행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버스만큼이나 대형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화물차량에 대해 부착되는 속도제한장치를 무단으로 해제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단속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우려가 들기도 한다.


제주는 안전한가?
그렇다면 제주는 이런 대형차량들의 졸음운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속도로가 없어 육지에 비해 평균 운행속도가 낮고, 장거리 운행이 적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버스와 노선버스 등에서 크고 작은 졸음운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6년 7월 21일, 서울 수락고등학교 학생들을 태운 전세버스가 운전자(57살)의 졸음운전으로 교차로 중앙화단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지난해 서귀포에서 발생한 수학여행 전세버스 졸음운전 사고 현장


지난 3월 제주지방경찰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도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012년 49건에서 2013년 57건, 2014년 60건으로 증가하다가 2015년 44건, 2016년 46건으로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사고건수가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주와 졸음, 스마트폰 사용 등 차량단독으로 발생한 교통사고가 2017년 들어 전년 대비 233%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음주와 졸음, 스마트폰 등 운전자의 주의를 흐리는 요소들이 점차 증가하는 이상 이 수치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단속과 계도만으로는 해결 불가능,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시급
이처럼 대형차량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힘없는 개인이나 경제적 논리를 앞세우는 회사 측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과 연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 전세계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정치, 경제, 외교, 기술, 환경 등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제주포럼에서는 흥미로운 세션이 진행됐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조르지오 리조니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고 국민대학교 최웅철 교수가 좌장을 맡은 ‘미래의 개인용 이동수단에 대한 전망과 관련 산업생태계의 제주 내 구축을 위한 고찰’이 바로 그것이다.
※ 관련 기사 : http://www.jejutwn.com/news/article.html?no=5774


토론에 참가한 각국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제한된 국토에서의 차량 포화, 그리고 이를 운용하는 개인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지금처럼 개인이 차량 등의 이동수단을 소유하고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쉐어하고 그 운행을 시스템에 맡기는 미래형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그 테스트베드가 될 곳으로 제주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지난 6월 진행된 제주포럼에서 각국 전문가들이 제주의 이동수단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스마트도시 건설에 제주도가 가장 적합한 이유로는 먼저 특별자치도라는 권한이 첫번째로 꼽혔다. 그 권한을 이용해 다양한 이동수단의 도로진입과 운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 것. 그 다음으로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자연스럽게 스마트도시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 받기도 했다.


오는 8월 26일 시행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인해 건설중인 버스전용차로도 이러한 스마트도시 건설에 힘을 보탤 것으로 주목 받았다. 토론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추후 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해 트램이나 자율주행차 등을 운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율주행차를 교통사고 예방과 4차산업혁명의 교두보로 삼을 기회
이처럼 터졌다 하면 큰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키는 대형차량의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연구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아예 무인으로 운행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잠깐의 방심으로 도로 위 흉기로 돌변하는 대형차량의 운행과 그 책임을 개인이나 회사 등에 맡기기보다 차라리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율주행 기술, 그 중에서도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량에 대한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이 주축이 된 자율주행버스가 이미 일반도로에서의 시험운행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임러 벤츠사가 주축이 된 독일, 그리고 대학연구소가 주축이 된 싱가포르 등에서 자율주행 버스가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 독일 벤츠사에서 시험주행중인 자율주행버스. 테스트를 위해 운전자가 탑승해있으나 운행은 AI가 맡았다


국내 기술도 그다지 뒤쳐지지 않았다. 이미 서울 등에서 운행되는 지하철이 무인주행 시스템으로 교체되고 있으며, 각 기업과 기관, 대학 등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최초로 KT가 주도하는 자율주행버스가 교통안전공단의 운행허가를 취득, 이르면 이달 말부터 서울 강남역 등 도심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율주행버스가 서울 등 도심지를 주행할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은 듯하다.



▲ 이르면 이달말부터 서울 강남역에서 운행을 시작할 KT의 자율주행버스


이에 대해 도내 IT관련 관계자들과 교통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도정의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도의 경우 특별자치도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전기차 보급률 등 자율주행차를 도입, 운영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대거 부착되어 있는 전기차의 보급률이 늘어날수록 이는 자율주행차로 나아가는 소중한 인프라가 되어줄 것이다.


▲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자율주행 시스템이 대거 도입된 전기차


▲ 서귀포에서 운행중인 전기버스 역시 자율주행버스 시대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교통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도, 비교적 교통량이 적은 관광지, 혹은 혁신도시 등의 제한된 지역을 자율주행차 특구로 지정, 국내 자율주행 연구기관들의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는 한편, 이를 이용해 자율주행차 연구와 각종 규정 마련 등에 있어 제주도가 우선권을 가지는 방향에 대해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연관산업이나 기타 제조업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새로운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됨으로써 그 사업의 주도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많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예방과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자율주행차량 산업육성, 이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도정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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