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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느슨한 자동차 배기가스 검사기준, 언제까지 이대로?

“나쁜 음식은 안 먹으면 되고, 건강에 해로운 술ㆍ담배는 안 하면 되지만 공기가 나쁜 건 피할 수가 없더라고요. 가족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를 피해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 왔지만 제주도 예전 같지 않아요. 이 상태가 지속되면 해외로 이민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지난 주말 SBS스페셜을 통해 방송된 ‘공기의 종말’에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깨닫고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단행한 한 시민의 목소리가 미세먼지에 민감한, 특히 성장기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 SBS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의 한장면 (자료제공 : SBS)


올해 들어 3,4,5월 3달간 계속된,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내던져진 국민들의 분노에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 해결에 앞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노후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후 경유차의 시내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가 하면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에는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 6월 한달간 한시적으로 중단된 노후 화력 발전소


그동안 대기오염에 대해 남의 일 정도로 치부해왔던, 언제까지나 청정지역이라 자부해왔던 제주 역시 위기를 맞았다. 각종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한 미세먼지로 혼탁해진 대기질을 감안하면 이제 더 이상 ‘청정제주’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제주도의 공기질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집계하고 있는 지역별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수치를 살펴보면 그 사실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제주시 연동과 서울 중구, 이 두 도심지의 지난 4월 한달 간 대기질을 비교해보았다.


구분

2017 4

제주시 연동 측정소

일평균 미세먼지(PM10)수치

52 /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수치

25 /

서울시 중구 측정소

일평균 미세먼지(PM10)수치

54 /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수치

22 /


지난 4월 제주시 연동과 서울시 중구의 대기질을 비교해본 결과 미세먼지(PM10)는 각각 52와 54, 초미세먼지(PM2.5)는 25와 22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는 오히려 제주시 연동이 서울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 미세먼지에 뒤덮여 한라산이 모습을 감췄다


이토록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제주의 공기질은 결국 도민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제주로의 이주욕구 저하로 인한 이주민 감소, 나아가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5월 8일 원희룡 지사 역시 미세먼지로 인한 제주 브랜드 가치 하락을 염려하며 도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새롭게 발표된 미세먼지 해결 정책은 전무하다. 바람의 방향이 서풍에서 남풍으로 바뀌며 4월에 비해 5월의 대기질이 다소 나아지자 유야무야 넘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 지난 5월 27일 열린 전기차 에코 랠리에 참가, 다시 한번 미세먼지에 대해 언급한 원희룡 지사


물론 국내외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반도의 미세먼지 농도, 특히 창문조차 열 수 없을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현에 있어 70% 이상이 중국발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 화력발전소의 운행중단을 결정하며 코멘트한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외교적 문제해결에 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자세가 제주도에서도 필요하다.


이미 제주의 대기오염을 지적하며 휴가지와 여행 목적지를 제주에서 해외로 변경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SNS 등에 ‘제주 미세먼지’를 검색해보면 뿌연 먼지에 뒤덮인 한라산의 사진과 제주로의 여행을 후회하는 글들이 차고 넘친다. SNS를 타고 퍼진 올레길과 맛집, 숨겨진 비경에 대한 입소문으로 늘어난 관광객 숫자가 다시 그 SNS를 타고 감소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 이젠 제주에서조차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아지고 있다


손 놓고 앉아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결을 통한 미세먼지 감소를 기다리기에는 대기질 악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제주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해보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에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 특히 노후 경유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에 대한 해결책이다.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나 고농도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등의 시설에 있어서는 육지에 비해 그 사정이 나은 제주도지만 자동차 배기가스에 있어서는 상대적 우위를 장담하기 힘들다.


특히 66만의 전체 인구 중 48만이 살고 있는, 47만대의 차량 중 37만대가 운행되고 있는 제주시의 상황은 더더욱 심각하다. 심지어 제주시에서 운행중인 37만대의 차량 중 약 10%인 3만 7천대 가량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최신 차량에 비해 최대 10배 가량 높은 노후 경유차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제주시의 차량대수 증가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들 차량이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동기간 대기오염 농도를 비교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구분

2017 4

제주시 연동 측정소

일평균 미세먼지(PM10)수치

52 /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수치

25 /

서귀포시 동홍동 측정소

일평균 미세먼지(PM10)수치

40 /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수치

20 /


지난 2017년 4월 한달 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일평균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수치를 비교해본 결과 미세먼지 수치는 약 10, 초미세먼지 수치는 약 5 정도 제주시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한반도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광범위함을 감안하면 바로 저 수치 차이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자체 오염물질 발생량 차이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 적색으로 표시된 중국발 오염물질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 바로 제주시에 등록된 37만대의 차량, 그 중에서도 10%에 해당하는 노후 차량의 배기가스다.


언덕길을 오르는, 혹은 평화로나 번영로를 달리는 노후 된 SUV, 소형 트럭의 뒤를 따라가보자. 속도를 내기 위해 엑셀레이터를 밟는 이들 노후 차량 뒤로 검은색 매연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특히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 읍면동 지역에 들어서면 이런 차량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배기가스 검사와 오염물질 배출 신고제가 엄격히 운영되고 있는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인 것이다.



▲ 검은 매연을 뿜어내는 노후 경유차


경유차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흡ㆍ배기 시스템 내에 카본이 쌓이며 매연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100km 이상 고속으로 장시간 주행을 할 일이 거의 없는 제주도의 환경을 감안하면 노후 경유차의 매연 배출량은 더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런 차량들이 배기가스 저감장치 장착, 흡ㆍ배기 시스템 수리, 혹은 폐차되지 않고 마음껏 운행하고 다니는 데는 제주도의 느슨한 자동차검사 규정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는 자동차 검사는 크게 정기검사와 종합검사로 나뉜다. 이 두 검사의 차이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정기검사에 비해 종합검사의 합격 기준이 훨씬 더 엄격하다는 것이다.


▲ 자동차 검사는 각 지자체에 따라 정기검사와 종합검사로 나뉘어 실시되고 있다


특히 배기가스 배출 검사에 있어 이 두 검사 간의 검사방법과 합격 기준 차이는 상당하다.


정기검사의 경우 일반적인 공회전 상태에서 매연을 측정하게 되는데 차령이 9년 이하일 경우 매연 20% 이하, 차령이 10~13년일 경우 40% 이하면 합격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종합검사는 특수장비를 이용해 차량에 부하를 주는 상태, 즉 언덕길 등을 오를 때 엑셀레이터를 밟아 RPM을 높인 상태를 재연한 후 매연을 체크한다. 기본적으로 배출되는 매연의 양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기준도 훨씬 엄격하다. 차령이 9년 이하일 경우 매연 15% 이하, 차령 10~13년일 경우 매연 25% 이하가 합격선이다.


이렇게 느슨한 배기가스 기준이 적용되고 있음에도 현재 제주도 지역의 배기가스 검사 불합격률은 약 20%에 달하고 있다.


만약 현재 제주도에서 실시중인 정기검사를 종합검사로 대체하게 될 경우 상당수의 노후 경유차에 대한 배기가스 불합격 판정을 통해 차량 수리, 저감장치 부착, 폐차 등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제주도는 종합검사를 시행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


국토교통부의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의무적으로 자동차 종합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 지역을 지정해놓았다.


먼저 대기환경규제지역인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경기도, 대전, 광주, 경상남도, 전라남도 등의 지역이 종합검사 의무 대상지역이다.


다음으로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지역을 들 수 있다. 울산과 경기도 용인시, 천안시, 포항시, 창원시, 전주시, 청주시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도의 자동차 종합검사 대상지역 지정 여부에 대해 교통안전공단 제주자동차검사소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오승원 차장을 만나 직접 확인해보았다.


▲ 제주시 도련동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제주자동차검사소


이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 인구수와 여건 등은 자동차 종합검사 대상 지정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다”라며, “다만 대상 지정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공단으로 먼저 요청을 해야 검토가 시작되는데 아직 제주도에서는 그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즉, 배기가스 감축에 대한 제주도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을 위한 종합검사 시행인 셈이다.


물론 이에 앞서 제주도정에서는 카본프리2030 정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을 위한 전기자동차 도입과 대중교통활성화 등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자발적인 차량감축을 기다리기보다는 매연발생원에 대한 엄격한 규정과 검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던 원희룡 지사의 선언이 부디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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