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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규제와 안전의 사각지대, 1인용 전동이동수단 열풍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4.27 18:32:26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1인용전동이동수단 열풍
지난 2015년 8월, 베이징올림픽 남자 200m 결승전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자칫 대회 우승자의 부상현장을 목격할 뻔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우승한 선수가 트랙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던중 세그웨이를 타고 취재중이던 기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 선수는 바로 세계 육상의 영웅으로 불리는 우사인볼트다.


▲ 우사인볼트와 세그웨이를 탄 기자의 충돌장면


세그웨이와 전동휠, 퀵보드 등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충전식 1인용전동이동수단, 일명 퍼스널 모빌리티의 열풍이 뜨겁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신도시 등에서는 이미 직장인들의 근거리 출퇴근 수단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공원 등에서 레저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 IT기업이 밀집한 판교 등에서는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출퇴근에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관광과 레저의 천국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도와 성산 일대, 산방산 일대 해안도로 등에는 자기 소유의 퍼스널 모빌리티를 즐기는 도민과 관광객, 그리고 이를 대여해주는 업체 등이 산재해있다.


관광지뿐만 아니다.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전동휠을 즐기는 어린 학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를 대신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제주 해안도로에서 전동 세그웨이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이렇게 1인용 이동수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면허증 등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는데다가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이 난립하며 자전거만큼이나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옥션과 G마켓, 11번가 등의 온라인몰의 1인용 전동이동수단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온라인몰에서 ‘전동휠’이나 ‘퀵보드’ 등으로 검색하면 10만원 초반대의 제품부터 수백만원대의 제품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10만원 초반대의 제품을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동휠로 검색하자 10만원대의 중국산 저가제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1인용 전동이동수단의 보급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관련규정과 사회적 인식은 전무한 상태라는 점이다.


제주의 우도만큼이나 전동이동수단 대여업체가 많은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지난 2015년 8월, 퀵보드를 타던 한 남성이 급출발을 하다가 앞바퀴가 들리며 뒤로 넘어져 뇌진탕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주 한옥마을에는 대여업체가 계속 증가하며 관광객들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 다양한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대여할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


지난 2016년말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전동휠 관련 접수사례는 모두 31건이었으며, 이중 대부분이 골절과 타박상, 뇌진탕, 찰과상 등 탑승중 사고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되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10일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주택가에서 충전중이던 호버보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16년 한해 동안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리콜된 호버보드의 숫자가 50만대에 달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의 과열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미국 내 항공사들은 지난 2015년말부터 호버보드 등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3월 28일, 우도 내 스쿠터 대여점에서 충전중이던 전기스쿠터가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 점포와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전소되기도 했다.


▲ 충전중 전소된 호버보드


인도와 도로, 국내 어디에서도 달릴 수 없는 1인용 전동이동수단
문제는 전동퀵보드, 호버보드, 휠 등의 1인용 전동이동수단들이 사실은 운행 그 자체만으로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이들 이동수단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운행할 수 없다. 공원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조례를 통해 동력장치가 있는 이동수단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이들 이동수단의 공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차도는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최고시속이 20~30km에 불과한데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이들 이동수단을 차도에서 타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에 가까운데다가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차도를 달리기 위해 필요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인증대상에 1인용전동이동수단은 아예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차도를 달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들 이동수단은 사실상 차에 해당되지만 차도를 달리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단속을 통해 원동기 면허를 소지하고 헬멧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운행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이용 차도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인. 국내에서는 이도 불법이다


운행중 사고가 발생하면 일은 점점 복잡해진다. 만약 사고를 내 보행자를 다치게 할 경우 종합보험이나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에 실패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 관련 기사 : http://www.jejutwn.com/news/article.html?no=5117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있는 선진국들
이처럼 국내에서 1인용 전동이동수단이 존재 자체만으로 불법인 상황에 반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정을 마련, 이용자와 보행자를 모두 보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속 32km 이하의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저속차량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운행 관련 법안과 안전책 등을 마련해놓았다. 일본의 경우 도쿄와 요코하마 등의 공원을 주행 허용구역으로 지정하며 레저 측면의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운행면허와 안전장치를 갖출 경우 자전거도로 등의 주행을 허용하고 있는 독일은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정식 이동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기술의 발전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현실화되고 있는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빠르게 인정하고, 이들로 인해 사용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 관련 규정에 따라 안전하게 운행하고 있는 선진국의 모습


갈 길이 먼 국내 현실, 관련 규정 마련은 언제쯤?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이로 인한 안전규정 마련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 현실은 아직도 이들 1인용전동이동수단을 운행하기에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 3월 2일,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운행을 허용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서 사람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전동기를 장착한 것 중 페달과 전동기의 동시 동력으로 움직이고 시속 25km 이상으로 움직일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하며 부착된 장치의 무게를 포함한 자전거 전체 중량이 30km 미만인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에 부합되는 전기자전거는 2018년 3월부터 자전거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 2018년 3월부터 자전거도로 운행이 허용되는 전기자전거


문제는 전기자전거를 제외한 전동퀵보드, 전동휠, 전동호버보드 등 대부분의 1인용전동이동수단은 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한 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규정과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불안한 주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저가 중국제품으로 인한 안전사고 역시 항상 경계해야
운행과 관련된 규정 마련뿐 아니라 저가형 중국산 제품으로 인한 폭발과 화재 사고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철저한 검증과 기술력, 그리고 안전검사 등을 통과한 전기자동차에서도 배터리 관련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검증되지 않은 이들 저가형 전동장치를 충전할 때는 항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운행과 품질에 대한 안전규정 마련에 대해 철저한 준비와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는 한편 관광제주의 품격과 컨텐츠 다양화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 1인용전동이동수단의 관광상품화와 양성화에 대한 도정의 노력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주 곳곳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들 이동수단을 통해 제주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규정 마련이 늦어진다면 도 차원에서 이들 이동수단이 운행 가능한 관광지를 지정하는 등의 조례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도정의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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