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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험천만한 자전거와의 교통사고, 대처방안은?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4.05 15:42:12

실제 교통사고 경험기로 알아본 자전거 교통사고 관련 정보

평생 교통사고라고는 인적피해 없는 단순 접촉사고가 전부였건만, 지난 이틀간 무엇에 홀린 듯 두 건의 교통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했다. 그것도 두 건 다 인적피해가 발생했으며, 결론적으로 두 건 모두 내가 피해자였다.


하루 걸러 일어난 이 두 건의 사고는 사실 별도의 건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첫번째 사건, 자전거 여행객과의 충돌

개요는 이렇다. 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15km속도로 서행하던중 빨간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주행하려는 관광객의 자전거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진 신호를 받고 건너편 도로로 진입중 무단횡단하는 자전거 2대를 보고 속도를 줄였으나, 그 뒤에 또 한대가 아예 내 차를 보지도 않고 뛰어들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차가 아주 저속으로 움직이고 있어 자전거 여행객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넘어지면서 찰과상과 가벼운 골절상을 입었다. 


▲ 구형 블랙박스에 역광이지만 상황을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자전거가 건너고 있는 횡단보도는 적신호 상태다


가벼운 부상이라지만 어쨌든 다치는 사람이 발생했으니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했고, 이에 사건 경위에 대한 진술을 마친 후 집으로 귀가했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사항이 발생했다. 과연 나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일단 현장에 출동했던 자동차보험사 조사원의 의견은 자전거에서 내리고 이동했다면 보행자이지만, 자전거에 탑승한 경우 '자동차'로 보기 때문에 100% 신호를 무시한 자전거 운전자의 잘못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저녁 무렵 통화한 담당 조사과장은 아무리 과실이 상대 자전거에 있지만 자전거 사고의 경우 내 차가 완전히 멈춰있지 않는 이상 10%의 작은 과실이라도 나올 수 있으며, 이 경우 상대방이 다친 부분에 대한 치료비, 즉 인적 보상은 내 보험으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자전거를 탑승한 채로 이동하면 '자동차'로 간주하지만, 실제 자동차와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 대 차였다면 100:0 상황에 90:10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 즉, 자전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두번째 사건, 신호대기중 후방 추돌

그렇게 내 과실이 없음에도 자전거라는 이유로 보험처리를 해줘야 하는 상황 속에 밤이 저물고 이틀날 아침, 담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가 왔다. 때마침 어제 다친 자전거 여행객의 부모님이 제주에 도착, 동시에 담당 조사관과 미팅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차를 몰고 경찰서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횡단보도 신호대기중이던 내 차를 뒤에서 스타렉스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아닌 밤중에 날벼락인 상황. 전날 일어난 교통사고 조사로 경찰서로 가던 와중에 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 다음날 발생한 후방 추돌사고


평생 교통사고라고는 아주 가벼운 접촉사고 한 건이 전부였건만, 대체 이 무슨 날벼락일까. 상대 운전자는 깜빡 졸거나 스마트폰에 한눈을 팔다가 내차를 못본 모양이다.


황당해하는 것은 어제에 이어 연이틀 같은 고객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 보험조사원도 마찬가지. 이 사건은 100% 후방 추돌한 차량의 과실이므로 사고 뒷수습을 보험조사원에게 맡기고 공업사와 병원은 잠시 후 가기로 하고 원래 목적지였던 경찰서로 향했다.


★ 정말 운이 없는 사람에게는 두건의 교통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반전에 반전

교통사고 조사계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객의 어머니는 다소 격양되어 있었다. 나를 보는 눈빛도 곱지 않았다. 그럴 법도 하다. 자식이 제주도에 놀러와 자전거를 타다 차와 부딪혀 입원을 했으니 어느 어머니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잠시 후 담당 경찰조사관의 설명을 듣고 나자 모든 상황은 반전됐다. 보험처리에 대한 부분과 상관없이 이번에 발생한 사건은 '차' 대 '차' 간 교통사고이며, 때문에 신호를 무시한데다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는 차량 진입방향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자전거 측이 100% 과실이라는 것.


정확히 말하면 자전거가 가해자, 내가 피해자인데, 자전거는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형사 합의가 필요하며, 피해자인 내가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경우 담당 경찰서에서는 검찰에 기소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보험처리 기준과는 상관없이 자전거를 타고 신호위반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가 된다. 문제는 자동차와 달리 책임보험, 종합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아 상대방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기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승자는 없다. 모두가 피해자인 교통사고



결국 자전거 여행객과 나는 서로의 인적, 물적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각자 발생한 치료비와 수리비를 부담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해 서로 나눠가진 후, 형사 합의서를 담당경찰관에게 제출하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결론적으로 자전거 여행객은 제주에 놀러왔다가 신호 위반 한 번 한 댓가로 망가진 자전거 수리비, 다소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 그리고 치료비 부담을 떠안고 육지로 돌아가야 했다.


나역시 손해만 가득했다. 아무런 과실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보험료가 인상되는 물질적 피해가 발생할 뻔 했으며, 과실 여부를 떠나 사람이 다쳤다는 자책감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음날 일어난 후방추돌사고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사고로 인해 내 차는 결국 수리를 위해 입고됐고, 나는 익숙치 않은 렌터카를 몰고 다니고 있으며, 뼈에는 별 이상 없는 듯하지만 여기저기 결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 교통사고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모두가 피해자일뿐이다.





자전거와 스쿠터를 이용하는 제주 관광객, 달리는 폭탄이 될 수도

이처럼 제주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관광객과 그 옆을 달리는 자동차는 서로가 각별히 조심해야만 최악의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먼저 자전거 여행객이 알아둬야 할 것은 제주는 결코 관광지만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제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교통질서나 사고 등에 대해 경계심이 느슨해진다. 이때문에 주변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게 되고, 본인 스스로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제주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다. 자전거 여행객이 행복감에 빠져 달리고 있는 그 도로 옆에는 농업과 어업을 위해, 업무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도민들의 차가 달려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앞선 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로 간주된다. 또한 종합보험이나 책임보험이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대방의 합의가 없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만약 자전거를 몰고 교통신호를 무시한채 사고를 일으켰다면? 그 대상이 어린아이라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도민들도 마찬가지다. 제주에 여행온 관광객 중 상당수가 운전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린,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많다. 심지어 제주에 왔다는 해방감에 경계심도 다소 느슨해진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이들이 지나는 도로에서는 절대 서행하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선 사례처럼 내 과실이 없어도 자전거나 이륜차와 부딪혀 인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결국 손해는 내 자신에게 오기 때문이다.


▲ 안심하고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이런 도로를 이용하자. 일반 도로는 육지만큼 위험하다


결국 일련의 사고는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발생한 것일까. 여행객과 도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하는 교통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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