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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기렌트카 100대 도입, 교통지옥 우도에 미칠 영향은?

  • 이영섭 gian55@naver.com
  • 등록 2017.03.27 19:39:29

카본프리 우도를 향한 무거운 첫발걸음


지난 3월 20일, 첫 영업을 시작한 우도 전기차 렌터카를 두고 도내외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우도전기렌트카에서 우도주민협동조합 측과 MOU를 맺고 들여온 전기차는 쏘울EV 100대. 한 켠에서는 대여용 스쿠터와 자전거, 반입차량, 버스 등 기존 차량들만으로도 교통지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도에 차량 100대가 도입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지향하는 제주도, 그리고 그 제주도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도의 관광객 대여용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야말로 우도가 가야할 길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우도전기렌트카가 영업을 시작한지 일주일 가량이 흘렀다. 이에 본지에서는 직접 우도를 찾아가 영업 현황과 문제점 등을 취재해보았다.
 
양회가 끝난 후 한반도로 밀려들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지난 3월 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중국 양회(정치행사) 기간 동안 가동을 멈췄던 베이징 지역의 공장들이 양회가 끝나기 무섭게 일제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10여일간 우리나라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뒤덮여 파란하늘을 잃어버렸다.


▲ 성산항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 뒤로 성산일출봉이 미세먼지에 갇혀 뿌옇게 보인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내륙에 비해 대기의 흐름이 조금이나마 원활하고 비가 자주 내린 덕에 사정은 조금 나았지만 평균 미세먼지 농도 50 이상을 넘나들며 도민들의 속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우도를 찾은 27일 오전,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은 화창했으나, 성산항에서 우도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미세먼지가 자욱했다. 성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WHO 기준으로 ‘나쁨’ 수준인 70 내외, 하지만 국내 기준으로 표기되는 앱에서는 ‘보통’을 가르키고 있다.


▲ 평일 오전임에도 성산항 매표소가 내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특히 그 중에서도 제주도나 강원도 등 청정지역에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80% 이상이 중국발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발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다루기로 하고, 일단 10~20% 내외로 추정되는 국내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차량과 공장 등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런 취지에서 도정에서 추구하고 있는 전기차 보급정책이야말로 청정제주, 나아가 청정대한민국에 한걸음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적어도 제주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도민의 건강과 청정관광지역으로서의 지위를 지켜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 관광객과 차량으로 가득찬 여객선


우도에 가면 꼭 삼륜차를 타야 한다?
오랜만에 찾은 우도는 많이 변해있었다. 몇 년 전에도 관광객과 차량, 스쿠터 등으로 몇몇 유명 관광지 근처가 북적북적했지만 이제는 우도 전체가 차량과 스쿠터, 인파로 덮여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빨강, 노랑, 파랑, 알록달록한 색상과 깜찍한 외양으로 관광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독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삼륜 스쿠터였다.





▲ 우도에 내리자마자 관광객이 삼륜차 렌트업체로 달려가고 있다


2017년 2월 기준 우도에서 운행중인 차량은 마을순환버스 3대와 전세버스 20여대, 도민 차량 1,000여대 등이다. 여기에 관광객 대여용으로 영업중인 스쿠터와 삼륜스쿠터가 1,500여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도항선을 타고 반입되는 관광객들의 차량이 일평균 300여대, 성수기에는 600에 이른다. 960세대, 1,7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우도에 차량만 3,000대가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도 내 대부분의 도로폭은 4~5m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좁은 도로를 버스와 스쿠터, 렌터가가 뒤엉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도가 교통지옥이라 불리게 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 관광객들이 삼륜차를 렌트중이다


이렇게 차량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도 내 렌터카 영업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신고만 하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륜차와 삼륜차 등을 대여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영업신고는 되어 있다 해도 운행중인 대부분의 이륜차와 삼륜차에는 운전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고가 날 경우 관광객들이 자비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삼륜차를 대여하는 관광객들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관광객들이 삼륜차를 ‘탈 것’이 아닌 ‘즐길 것’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도를 즐기기 위해 찾아와 탈것을 대여한다기보다는 일반도로에서 운전이 힘든 초보 운전자들이 좁고 안전한 곳에서 ‘운전’이라는 작은 일탈을 즐기기 위해 우도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내륙의 남이섬이나 강촌 등과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우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따르면 스쿠터 운전에 서투른 나이 어린 여성 운전자들이 삼륜차를 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우도의 해안선을 따라 스쿠터를 타고 관광을 즐기는 그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에 익숙한 남성이 함께 있어도 운전대를 여성이 잡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번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확율이 큰 삼륜차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삼륜 스쿠터 역시 대부분 손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또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제작한 기종이 대부분이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배터리 발화 등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이륜차에 대한 합동단속 현수막, 하지만 해안도로 주변에는 안전규정 미이행 이륜, 삼륜차가 즐비하다


하지만 삼륜차를 대여하는 사업자가 있는 한 이를 즐기는 관광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륜 스쿠터에 비해 조금이나마 안정적이고, 외부 덮개가 있어 바람을 막을 수 있는데다가 해안선에 주차하고 사진을 찍을 때 훌륭한 악세서리가 되어지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 해안가에 일렬로 주차되어 있는 삼륜차


카본프리 우도를 향해 내딛은 과감한, 하지만 쉽지 않은 발걸음
이런 우도에 전기차 100대를 도입한 렌터카 업체가 등장했다. 당연히 우도 주민들과 기존 렌트사업자 등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업체는 우도주민 354명으로 구성된 우도주민협동조합과 정식으로 MOU를 체결한 상태다. 즉, 주민들의 동의를 받았다는 점이다. 점점 궁금증이 늘어간다. 이에 ㈜우도전기렌트카의 김석중 사업본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우도등대 주차장 인근에 위치한 (주)우도전기렌트카 현장 사무실


▲ 인터뷰에 응해준 김석중 사업본부장


교통복지신문(이하 교통) : 간단한 회사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석중 본부장(이하 김) : ㈜우도전기렌트카는 카본프리를 지향하는 우도에 걸맞는 전기차 렌터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업체로, 우도주민협동조합과 MOU를 체결하고 영업을 진행중이다.


교통 : 현재 보유중인 차량과 충전기 등의 현황, 대여요금 등이 궁금하다.


김 : 쏘울EV 전기차량이 100대 준비되어 있으며, 급속충전기 10대가 마련되어 있다. 충전기는 우리 회사 소유로 전용으로 사용중이다. 대여요금은 시간당 25,000원이 정가인데, 가격비교 사이트나 쿠폰 등을 이용하면 시간당 15,000원대에 이용 가능하다. 물론 유류비는 없고, 자차보험도 가입 가능하다.


▲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전기 렌트카


교통 : 생각보다 렌트비가 저렴하다. 우도가 좁기 때문에 거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배터리가 방전된 차량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김 : 쏘울EV의 완충시 주행거리는 대략 150km 정도다. 우도에서 아무리 운행을 해도 방전될 일은 없다. 만에 하나 방전이 될 경우 우리 직원이 즉시 출동해서 만충된 차량으로 교체해준다. 우도에서는 어디든 1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교통 : 항간에는 ㈜우도전기렌트카가 전기차 활성화정책을 추진중인 제주도청의 지원을 받았다, 혹은 우도주민들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다 등의 이야기가 많다. 사실인가?


김 : 아니다. 제주도청에서 받은 지원은 일반 전기차 구매자와 동일한 차량구매 보조금뿐이다. 또한 우도주민 354명이 소속된 우도주민협동조합과 MOU를 체결했지만 우도주민 전체의 뜻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 주차장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10대, 우도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교통 : 영업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일평균 차량대여 대수 등 영업현황을 공개할 수 있겠는가?


김 : 가능하다. 차량은 일 평균 3~10대 정도가 렌트되고 있다.


교통 : 생각보다 실적이 저조하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판단하는가?


김 : 영업시작 전부터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일단 우리 회사는 기존 우도 내에서 영업중인 렌트업체들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들을 몰아내고 우리만 살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기존 이륜차나 삼륜차가 커버하지 못하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편리한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싶다. 또한 청정 우도를 만드는데도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다.


교통 : 사실 외부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올여름 우도에 도입될 전기버스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버스와 대체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우도전기렌트카의 렌터카 100대는 기존 렌트시장에 추가가 된 상황이다. 대안은 있는가?


김 :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우도에서 운행되는 모든 교통수단, 이륜차, 삼륜차, 그리고 관광객차를 실어 나르는 도항선 등에 우도주민분들의 생계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영업만 하고 있을 뿐 본격적인 마케팅이나 홍보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경쟁보다는 공존을 원한다.


교통 : 회사에서 생각하는 공존이란 어떤 의미인가?


김 : 일단 현재 우도가 겪고 있는 교통문제는 해결해야 함이 분명하다. 특히 초보자가 운행하는 이륜차와 삼륜차로 인한 교통체증과 사고발생, 그리고 좁은 섬에 너무 많은 차량이 몰리는 점도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모든 사업에 우도주민들의 생계가 걸려있다. 때문에 도청에서도 우도교통대책에 대해서 함부로 개입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회사에서는 기존 사업자분들이 이륜차와 삼륜차 대여, 그리고 총량규제를 벗어난 과도한 관광객 차량 도항사업에서 얻는 이익을 보전하면서 우도내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카본프리라는 방향성을 지향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바다.


▲ 출고를 앞둔 전기차들이 충전중이다


교통 :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하다. 우도 내 타 사업자들과 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김 : 주민 개개인의 생각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앞서 언급한 차량대수 감축과 카본프리 우도, 그리고 공생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에 개인적으로는 우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지금처럼 몇 시간의 짧은 일탈을 즐기기 위한 목적보다는 적어도 1박 이상 우도에 머무는 관광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우도가 다른 관광지처럼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닌 하룻밤 머물고 가고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륜차와 삼륜차 대여에 치중해있는 관광수입을 다른 곳, 예를 들면 숙박과 음식업 등에서 보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통 : 그렇게 되면 이륜차와 삼륜차 렌트업체가 사라지고 대신 전기차 렌트 경쟁사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괜찮은가(웃음)?


김 : 바라는 바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체적인 차량 대수와 교통체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라는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기존 사업자분들의 수입원을 보존해주기 위해서는 우도의 관광형태를 스쳐가는 곳에서 머물고 가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도 내에서 정말 필요한 대수만큼 전기차 렌터카들이 운행될 것이고, 그 업체들과 즐겁게 경쟁을 하고 싶다.


교통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김 : 우도가 어느 순간부터 관광지가 아닌 유원지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국내 최고 관광지 제주, 그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 우도가 잠시 머물러 일탈을 즐기고 떠나는 곳이 아닌, 조용히 하루 이틀 머물다 가고 싶은 진정한 관광지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리 회사 역시 최선을 다해 관광객들과 도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통 :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우도는 여전히 아름답건만 유원지로 평가절하되고 있음에 가슴 아프다


▲ 취재를 위해 대여한 전기 렌트카


인터뷰를 마치고 전기렌트카를 직접 대여해 우도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봄을 맞아 활짝 피어오른 유채꽃과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는 여전하건만 차 한대가 간신히 다닐 골목길을 버스와 스쿠터가 뒤엉켜 간신히 통행을 하고 있다. 우도의 아름다움에 대한 설렘은 잠시 금새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온다.




▲ 차 한대가 간신히 다닐 좁을 도로에 버스와 렌터카, 삼륜차가 뒤엉켜있다


우도와 함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가파도와 마라도 등의 부속섬에는 주민들의 필수차량 외 내연기관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관광객들의 차량도 들어갈 수 없다. 오직 자전거와 도보로만 섬을 둘러볼 수 있다.


▲ 차가 없어 더 아름답고 빛나는 가파도의 해안도로


우도는 이들보다 크기가 다소 크다. 때문에 자전거와 도보만으로는 힘들다. 때문에 노선을 순회하는 최소한의 전기버스와 몇 일 동안 우도에 머물 관광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전기차 정도면 충분하다. 우도가 남이섬이나 강촌같은 유원지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제주도정과 우도주민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무언가 본질부터 잘못됐다.



▲ 우도의 바다와 유채꽃밭의 향기에 취해있는 관광객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까?


곧 다가올 제주도 대중교통체제개편이 완료된 후 우도 교통체계와 관광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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